최소 3년간 한 제조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조건으로 한국에 들어오는 E-9 비자 소지 중국인 가운데 올 1월에 의무 취업교육을 받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의 잠복기를 고려할 때 이들을 고용할 사업장의 우려는 덜게 됐지만, 향후 중국인 근로자 기피 현상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2일 E-9 비자로 입국한 중국인 근로자의 필수 취업교육을 전담하는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1월 이 교육을 수료한 중국인은 없었다. 중기중앙회는 매 분기 중소기업 수요를 파악해 E-9 비자 외국인 근로자의 국내 취업을 돕는다. 이들은 중기중앙회에서 실시하는 취업 교육을 이수해야 국내에서 일할 수 있다.
E-9 비자 근로자는 16개국에서 연간 약 5만명선에서 유지돼왔다. 제조업 중소기업에 배정된 인원은 올해 약 4만명이다. 이 가운데 올해 신규 외국인 근로자는 2만 8,000여명이다. 이들은 최소 3년간 한 사업장에서 근무해야 한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작년 4·4분기에 선발된 중국인 근로자의 교육 가능 기간은 올 1월부터 3월까지”라며 “우리는 수요파악 및 교육만 실시하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인원이 선발됐는지 확인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중국인 근로자는 방문 취업 비자(H-2)와 E-9 비자를 받고 국내에서 일한다. H-2 비자 근로자는 연간 약 25만명에서 관리된다. 국내 입국해 5년간 자유롭게 취업할 수 있어 중국인들은 H-2 비자를 더 선호한다.
눈에 띄는 것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발하기 전부터 E-9 비자 중국인 근로자에 대한 기업의 기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중기중앙회의 중국인 근로자 취업교육 연간 추이를 보면, 2011년 719명에 달했던 교육생은 2014년 373명, 2017년 257명, 작년 132명으로 감소 추세가 뚜렷하다. 국내 청년층의 제조 중소기업 기피현상으로 외국인 근로자 채용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계가 이처럼 중국인 근로자에 대한 선호도만 유독 낮은 것은 이례적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중국인 근로자를 고용한 기업들은 중국 특유의 문화인 만만디(천천히)가 불만”이라며 “고되고 힘든 일을 불평 없이 하는 동남아 근로자들을 더 선호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우한 폐렴 사태로 중국인 근로자를 채용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심해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