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하이밍 신임 주한 중국대사가 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와 관련한 한국 정부의 대책에 대해 “세계적이고 과학적인 것은 세계보건기구(WHO)의 근거인 만큼 WHO 근거에 따르면 되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싱 대사는 이날 중구 명동의 주한 중국대사관에서 진행한 ‘신종 코로나’ 브리핑에서 한국 정부의 방역대책과 관련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제가 많이 평가하지 않겠다”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싱 대사가 신임장 제정도 전에 이례적으로 브리핑을 자청하고 나선 것은 한국 정부의 추가 입국제한 조치 움직임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그는 한중이 전염병 사태를 함께 극복했던 과거 사례를 일일이 열거하며 한국 정부의 협력을 구했다.
싱 대사는 2003년 중국에서 발생한 사스 사태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처음으로 중국을 국빈 방문한 것과 2015년 한국에 메르스 사태가 발생했을 때 장더장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이 한국을 방문한 일을 언급하며 “신종 코로나 문제 앞에서 한중은 사실 운명공동체라고 볼 수 있다. 서로 이해하고 역지사지해서 (잘 해결)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입국금지 지역을 확대해야 한다는 국내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이에 대해 사실상 반대 의사를 명확히 하면서 우리 정부의 대응책도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정치권과 사회 각계각층에서는 중국 전역에서 신종 코로나 환자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보다 획기적인 조치가 단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전면적인 입국제한 조치를 시행할 경우 2017년 사드 갈등 이후 모처럼 해빙기에 들어선 한중관계가 껄끄러워질 수 있기 때문에 정부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정부는 총선 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을 성사시켜 그 바람으로 총선을 이기려 계획하고 있었다”며 “그 계획이 우한 폐렴 때문에 망가지니 중국에 대해 찍소리도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다만 싱 대사는 한국 정부의 대중 지원과 국내의 반중 감정 확산 차단을 고려한 듯 언론 브리핑 내내 한중 양국의 우호·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중한 양국은 우호적 이웃이며 인적 왕래가 밀접하다”며 “(신종 코로나 대응과 관련해) 서로 이해하고 지지해주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정부와 각계 인사가 중국 국민을 적극 성원하고 있다”면서 “중국 측은 이에 깊은 사의를 표하며 중국 국민도 따뜻한 정을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WHO의 권고를 강조한 이날 싱 대사의 발언과 관련해 “‘한중 간에 이 문제를 긴밀히 협력해서 풀자’는 취지로 얘기한 것으로 안다. 전체적 맥락을 갖고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박우인·방진혁기자 wi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