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1차 전세기를 타고 와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 일주일째 격리 수용된 20대 남성 A씨는 6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한을 벗어나지 못했으면 어땠을지 아직까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고 한다. A씨는 “일주일 새 내가 살던 동네에서 수십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사망자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며 “감사하게도 정부와 대한항공의 전세기가 왔고 그게 아니었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다”고 말했다.
A씨는 오전8시30분께 일어난 뒤 식사를 하고, 발열 여부를 직접 체크해 체온을 방문 앞에 적어둔다. 노트북으로 컴퓨터 게임을 하기도 하고, 텔레비전을 시청하거나 중국어 공부도 한다. 매일 일과는 이렇게 반복된다. 지루함에 다소 지칠 수는 있어도 함께 수용돼 일하는 직원들의 도움과 각종 후원물품 덕분에 불편은 전혀 없다고 A씨는 전했다. 다만 7일째 바깥 공기를 제대로 못 마시고 있다는 점이 답답하다고 한다. 그는 “처음에는 밤에 쓰레기를 버릴 때마다 복도로 나왔지만, 이틀 전부터 쓰레기를 문 앞에 두면 알아서 치워가겠다는 안내를 받아 이제 문밖을 나갈 일이 전혀 없다”며 “감시하는 사람이 없어 나가고 싶으면 나갈 수도 있지만, 교민들이 알아서 조심하고 돌발행동을 안 한다”고 설명했다. 식사는 20대 남성인 A씨에게도 배부를 정도로 잘 나온다. A씨는 “도시락이 푸짐하게 나오는데 몸을 안 움직이니 식단 조절을 해야 할 정도”라며 “과일과 커피·간식도 계속 잘 제공해줘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A씨를 비롯해 격리된 우한 교민들은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있다. 경찰인재개발원에 수용된 교민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는 방마다 제공된 포스트잇에 ‘직원 여러분 고맙습니다’라는 메모를 적어 문 앞에 붙이자는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 격리수용 시작부터 관리와 통제가 완벽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직원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업무 처리가 더 수월해진 셈이다. A씨는 “초반에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관리 직원들도 이런 상황이 처음이니 혼선과 착오가 있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며 “문의 전화나 민원을 넣으면 ‘잘 모르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면 이제는 그들이 우릴 위해 노력해주는 게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작은 것에서부터 변화가 있다고 A씨는 강조했다. 그는 “처음에는 식사를 문 앞 바닥에 놓았다면 이제는 바구니에 넣어서 준다”며 “아주 사소한 것 같지만 직원들이 교민들을 배려해주고 생각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각 방에 읽을 책들을 넣어주고, 새 수건도 계속 공급하고 있다. 세탁기가 있지만 인원이 많은 만큼 대부분의 교민이 손빨래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 대신 수건을 더 지급하는 것이다. 매일 오전8시30분께 중앙 안내방송으로 “전날 기준 의심증상자는 없습니다”라고도 알려주고 있다.
A씨는 이달 14일 격리수용이 끝날 예정이다. 그는 “나가게 되면 가족들과 식사하고, 친구들과 소주 한 잔을 하며 그동안의 경험을 얘기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