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시사교양 ‘거리의 만찬’ 시즌2가 차기 MC로 내정된 시사평론가 겸 방송인 김용민을 하차시키기로 하면서 프로그램 제작이 잠정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6일 KBS에 따르면 김용민은 ‘거리의 만찬’ 시즌2 MC에 발탁됐으나 시청자 반발에 시작도 하기 전에 물러나게 됐다. 제작진은 김용민을 하차시키고 당분간 새로운 MC를 모색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이에 따라 오는 16일 시즌2 첫 방송일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날 KBS 시청자위원회는 매주 셋째주 목요일 열리는 정례회의와 별도로 특별 회의를 소집해 ‘거리의 만찬’ MC 교체 건을 논의했다. 이창현 시청자위원회 위원장은 “이 한 건을 심의하기 위해 특별위원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본부장, 국장, 부장, 제작진이 참석한 가운데 시청자위원회가 시청자들의 문제 제기를 한 이유가 무엇인지 인식을 공유했다. 그 자리에서 김용민의 사퇴 의사를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제작진은 MC 교체 배경에 대해 ‘현장성 강화’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시청자위원회는 여성적인 감수성을 바탕으로 공영방송 KBS의 정체성을 살린 프로그램 진행자를 남성으로, 특히 과거 여러 차례 여성 혐오 발언을 일삼은 김용민을 발탁한 것에 많은 시청자들이 반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KBS가 2TV 예능 ‘1박2일’에서 정준영 사례를 겪고도 출연진의 과거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했다는 따끔한 지적도 제기됐다.
온라인에선 시즌2 MC 교체 과정에서 양희은, 박미선, 이지혜 등 기존 MC와 제작진 간 불협화음도 입방아에 올랐다. KBS 측은 ‘충분히 설명했다’는 입장이었지만, 이날 양희은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우리 여자 셋은 MC 자리에서 잘렸다”는 글을 올렸다.
김용민은 페이스북을 통해 “존경하는 양희은 선생께서 ‘거리의 만찬’에서 하차한 과정을 알게 됐다. 그렇다면 내가 이어받을 수 없는 법”이라며 “‘거리의 만찬’의 가치와 명성에 누가 될 수 없기에 어제 제작진께 사의를 표했다”고 말했다.
‘거리의 만찬’은 중년 남성이 주류인 여타 시사 프로그램과 달리 여성 방송인이 MC를 맡아 여성 시선으로 시사 이슈를 다뤄 호평을 받았다. 한국 YWCA연합회가 뽑은 ‘좋은 프로그램상’ 중 성평등 부문상, 여성가족부와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에서 주최한 ‘양성평등 미디어상’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전날 시즌2 새 MC 중 하나가 과거 여성 혐오 발언으로 비판을 받은 김용민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청자들의 거센 반발을 샀고, 이제 프로그램 제작까지 잠정 중단되는 상황에 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