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사고 관련 2차 민관합동조사단이 6일 조사 결과를 발표하자 배터리 제조업체들은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조사단은 일부 사이트에서 배터리 결함으로 화재가 발생했다고 봤지만 이는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LG화학(051910)은 이날 설명자료를 내고 “지난 4개월간 실제 사이트를 운영해 가혹한 환경에서 자체 실증실험을 실시했으나 화재가 재현되지 않았다”며 “조사단에서 발견한 양극 파편, 리튬 석출물, 음극 활물질 돌기, 용융 흔적 등은 일반적인 현상이거나 실험을 통해 화재의 직접 원인이 되지 않는다고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조사단이 현장에서 수거한 배터리에서 내부발화 때 나타나는 용융 흔적을 확인했다는 내용과 관련해서는 “용융은 고체가 열을 받아 액체로 녹는 현상”이라며 “배터리 외 다른 부분에서 화재가 발생해도 화재가 배터리로 전이돼 용융 흔적이 생길 수 있다”고 반박했다.
사고 사업장과 같은 시기에 설치된 인접 ESS 사업장에서 같은 모델에 유사한 운영기록을 보인 배터리에서 일부 파편이 양극판에 점착된 것을 확인했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파편 점착이 저전압을 유발할 수는 있으나 LG화학의 안전성 강화(SRS) 분리막을 관통해 발화로 이어질 위험성은 없다”면서 “분리막에서 발견된 리튬 석출물은 내부 발화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삼성SDI(006400) 역시 “휘발유도 성냥불 같은 점화원이 있어야 화재가 발생하지 휘발유 자체로는 화재가 발생하지 않는다”며 “ESS에서 배터리는 유일하게 에너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연물로 화재를 확산시킬 수는 있지만 점화원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삼성SDI는 “조사단이 분석한 내용은 화재 발생 사이트가 아닌 동일 시기에 제조돼 다른 현장에 설치·운영 중인 배터리를 분석해 나온 결과”라며 “조사단의 결과가 맞는다면 같은 배터리가 적용된 유사 사이트에서도 화재가 발생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조사단이 지적한 큰 전압 편차와 관련해 “충전율이 낮은 상태의 데이터로 이는 에너지가 없는 상태에서의 차이이므로 화재가 발생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배터리가 ESS 화재의 직접적 원인인지 여부와 별개로 이들 업체는 ESS 산업 신뢰 회복을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LG화학은 난징산 배터리가 적용된 기존 국내 ESS 사이트 250여곳의 배터리 교체를 시작하고 이에 따른 비용을 모두 부담하기로 했다. 자체 개발한 특수 소화 시스템을 국내 400여곳에 설치하는 한편 배터리 초기 설계 단계부터 전기충격 보호를 위한 3중 안전장치를 적용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ESS에 특수 수화시스템을 전면 도입하는 등의 안전대책을 발표한 삼성SDI는 추가로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하기로 했다. 외부 요인이 ESS에 미치는 스트레스를 조기에 감지해 향후 ESS 화재 인과관계 규명에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100여명으로 구성된 사내 ‘ESS 안전성 강화 태스크포스(TF)’가 배터리 적용 사이트를 전수 조사했다”며 “동일 배터리를 공급한 해외 사이트에서는 화재가 발생하지 않는데 국내에서만 발생하는 이유를 분석해 산업부에 관련 내용을 공유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