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본토펀드에 투자한 A씨는 지난달 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 후 요동치는 글로벌 증시를 속수무책으로 지켜보며 발을 굴렀다. 결국 춘제 연휴 이후 11일 만에 재개장과 함께 폭락한 중국 본토 증시로 인한 펀드 투자 손실을 고스란히 봤다. 그러나 같은 펀드에 투자한 B씨는 바이러스 확산 이후 홍콩과 글로벌 증시 급락을 확인하고 30일 중국 펀드 환매 신청에 들어갔다.
B씨는 2월3일 재개장 후 중국 증시 급락의 여파를 여유 있게 피할 수 있었다.
이같이 중국 펀드 투자자들의 희비가 엇갈린 것은 바로 펀드 기준가 산정 방식 때문이다. 중국 본토 주식을 주로 편입한 펀드의 경우 지난달 23일 종가 기준으로 기준가를 산정한다. 23일 종가에 고정된 기준가는 지난달 27일부터 연일 급락했던 글로벌 증시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은 채 유지될 수 있었다. 특히 2월3일 증시가 반영되지 않은 기준가를 적용받기 위해서는 1월30일 오후5시까지만 신청하면 폭락을 피할 수 있었다. 중국 펀드의 경우 환매신청을 하면 그 다음 다음날인 3영업일 기준가로 환매가 이뤄진다. 3일 증시는 다음날인 2월4일 기준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만약 31일 신청을 했다면 8%가 폭락한 증시의 기준가를 적용받는다.
실제로 국내에 설정된 최대 규모의 중국 본토펀드인 A펀드의 경우 1월28일 기준가가 3.1% 빠진 후 1월29~2월3일까지 펀드의 기준가 변동률은 -0.18%~0.05% 선에서 움직이며 큰 차이가 없었다. A펀드의 기준가는 이달 4일 일시에 7.4%가 하락했다. 그리고 중국 증시가 문을 닫으면서 펀드 기준가 반영이 제대로 안 된 것이다.
이 같은 기준가 문제는 펀드 수익자 간 유불리 이슈로도 이어진다. 높은 기준가에서 환매 신청을 한 투자자들이 유리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한 대형운용사 임원은 “중국 증시가 장기간 이례적으로 문을 닫으면서 기준가가 증시 상황에 후행하는 문제가 발생했다”며 “너무 많은 투자자가 이를 알고 일시에 환매에 나섰더라면 펀드 유동성 문제가 발생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 펀드 투자자들의 환매가 시작되면서 펀드매니저들은 가슴을 졸였다. 펀드에 편입된 중국 주식을 팔지 못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한 대형운용사의 중국 펀드 담당 매니저는 “펀드에 따라 유동성 관리를 위해 홍콩과 싱가포르에 상장된 중국 본토 주식 추종 선물과 상장지수펀드(ETF)를 담아 두기 때문에 어느 정도 환매 대응은 가능하다”면서도 “만약 중국 본토 증시의 재개장이 한 차례 더 연기됐다면 일부 중국 펀드는 환매 중단 상황까지 갔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초 지난달 31일 열릴 예정이었던 중국 본토 증시는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 정부가 춘제 연휴를 연장하면서 개장일이 더 늦어졌다.다만 최근 중국 증시가 급반등하면서 폭락을 그대로 견딘 투자자들의 수익률도 일부 만회됐다. 운용사 관계자는 “해외 펀드는 단타 대응보다는 장기 투자용으로 적합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