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증가하는 일본 크루즈선에서 미국인 신혼부부가 꼼짝없이 격리돼 있다는 사연이 알려지며 국제사회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CNN방송은 미국인 신혼부부 밀레나 바소와 게타노 세룰로가 지난 3일 일본 요코하마항 앞바다에 정박한 일본 대형 크루즈선 ‘다이아몬드프린세스’호에서 갇혀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모든 탑승자를 배 안에 격리하도록 하는 조치를 내렸다. 바소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우리를 구하라”며 “정부 비행기를 보내 우리를 배에서 나오게 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우리가 안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미 감염된 크루즈 안이 아니라 위생적으로 안전한 곳에 격리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바소는 자신들이 언제까지 배 안에 갇혀 있어야 하는지도 모른다고 토로했다. 당초 격리기간을 14일로 정했던 일본 정부는 이후 기간을 10일, 12.5일로 바꾸는 등 조치를 번복해 혼란을 키웠다. 이 배에는 미국인 428명을 포함해 2,666명의 승객과 1,045명의 승무원이 타고 있다. 이중 확진자는 6일 20명에서 7일 41명으로 급증해 누적 확진자가 총 61명으로 집계됐다. 61명의 국적은 일본 28명, 미국 11명, 호주·캐나다 7명, 홍콩 3명, 아르헨티나·영국·대만·필리핀·뉴질랜드 1명이다. 한국인도 9명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7일 오전까지 확진자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의 의학교수인 폴 헌터는 “배 위에서 신종 코로나는 육지보다 더 빠르게 전염될 것이고 상당수 승객이 고령인 점을 감안하면 전염된 이들에게는 더욱 심각한 질병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영국 국적 크루즈 유람선인 다이아몬드프린세스는 지난달 20일 요코하마에서 승객 2,666명과 승무원 1,045명 등 모두 3,711명을 태우고 출항했으며 가고시마와 홍콩·베트남·대만 등을 거쳐 이달 4일 요코하마로 돌아올 예정이었다. 홍콩 당국은 이 크루즈에 탑승했다 지난달 25일 홍콩에서 내린 80대 환자가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이달 2일 밝혔고 일본 정부는 3일 밤 요코하마에 도착한 유람선을 격리시켰다. 이후 일본 정부는 승객과 승무원을 대상으로 잠복기가 끝날 때까지 크루즈에 머무르게 한 뒤 신종 코로나 증상이 있는 273명을 상대로 검사를 진행했다. 확진자는 초기 10명에서 꾸준히 늘어 60명을 넘어섰고 크루즈에 갇힌 승객들이 사실상 감금이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면서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유람선 측이 식량과 생필품을 공급하고는 있지만 일부 승객들은 약품 부족과 극도의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코로나 감옥’으로 변한 일본 크루즈선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만에서는 국제 크루즈선 입항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당장 이날 입항 예정인 크루즈선 ‘슈퍼스타아쿠아리우스’에 대해서는 도착 즉시 대만 측 관계자가 승선해 발열 등 이상 증상을 검사한 뒤 결과에 따른 조치를 내릴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