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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초점] '정준영 사태' 겪고도 김용민 발탁… KBS 출연자 검증 시스템 문제 없나

시사평론가 김용민/ KBS 제공시사평론가 김용민/ KBS 제공



공영방송 KBS가 또 출연자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고 섭외해 도마 위에 올랐다. 과거 버닝썬 사태의 중심이었던 가수 정준영에 이어 ‘여혐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시사평론가 김용민까지. ‘출연자 검증 시스템 강화’를 약속했던 KBS에 대해 시청자들의 실망감은 커져만 가고 있다.

문제는 KBS2 시사 프로그램 ‘거리의 만찬’이 시즌2를 개편, 출연진을 대거 교체하면서 불거졌다. KBS는 시즌1의 세 여성 MC 양희은, 박미선, 이지혜는 개편 과정에서 교체하고 김용민과 배우 신현준을 새로운 MC로 선정했다.


그러나 이 같은 MC 교체에 시청자들은 반발했다. 특히 새 MC로 낙점된 시사평론가 김용민이 평소 여성 혐오 발언 등을 해왔기 때문이다.

김용민은 과거 “미국 여성장관을 성폭행 해 죽여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 또한 인터넷 방송을 통해 “지상파 텔레비전이 밤 12시에 무조건 성인영화를 두세 시간씩 상영하자” “주말은 특집으로 포르노를 보여주자” “피임약을 최음제로 바꿔 팔자” 등의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거리의 만찬’ 시즌1/ KBS 공식 홈페이지 캡처‘거리의 만찬’ 시즌1/ KBS 공식 홈페이지 캡처


‘거리의 만찬’은 MC를 전원 여성으로 발탁해 여성의 시선으로 시사 이슈를 전해왔다. 지난 2018년 7월 KTX 해고 승무원의 이야기를 담은 ‘그녀들은 용감했다’ 편 1회를 시작으로 가스 검침원의 위험한 노동 환경, 임신 중단을 경험한 여성의 이야기, 맘카페와 관련한 엄마들의 경험담 등을 조명하며 여성과 약자들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이러한 여성 중심적 공익 프로그램에 ‘여혐 발언’을 일삼았던 김용민이 섭외됐다는 소식에 시청자들의 비난이 쇄도했다. 한 시청자는 KBS 시청자권익센터 청원게시판에 MC 교체를 반대하는 청원글을 올려 하차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후 논란이 사그러들지 않자 KBS시청자위원회는 6일 긴급 특별위원회를 열었다. 시청자 위원들은 “김용민 씨의 자진사퇴는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스럽다”라면서도 ‘거리의 만찬’ MC 교체 논란에서 발생한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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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옥 위원은 “시사교양 프로그램 진행자와 패널 전체의 성비 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에서 여성 진행자 전원을 교체하고 논란이 많은 남성 진행자를 기용하려 한 시도를 보고, 제작 현장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에 놀랐다”고 말했다.

특히 이서정 위원은 ‘정준영 사태’를 예를 들며 “‘1박 2일’이 출연자 문제로 폐지 위기까지 몰렸는데도 출연자 검증을 철저히 하지 않았다”라며 KBS가 비슷한 문제를 반복하고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KBS2 ‘1박2일’ 시즌 3에 출연한 정준영은 집단 성폭행한 혐의, 자신이 불법촬영한 성관계 동영상을 11차례에 걸쳐 전송·유포한 혐의로 현재 재판 중이다. 이후 ‘정준영 사태’ 등으로 비판을 받은 KBS는 ‘출연자 검증 시스템 강화’를 약속하기도 했다. 양승동 KBS 사장은 지난해 말 “내년에는 시청자 목소리에 더 귀 기울여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권오주 위원은 “시청자들은 공영방송 KBS의 시사교양 프로그램 진행자에 대해 민영방송과 달리 진행자의 신뢰성과 도덕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제작진이 이런 상징적 의미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창현 위원장은 “앞으로 KBS 제작진은 출연자 선정을 할 때 경각심을 갖고 더욱 신중하게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거리의 만찬’ 제작진은 6일 저녁 공식입장을 내고 김용민의 하차 소식을 전했다. 제작진은 “모든 의견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앞으로의 프로그램 제작에 있어서도 더욱 신중한 자세로 임할 것”이라며 “시즌 2 제작 논의가 원점에서 다시 시작되는 만큼, 구체적인 내용은 향후 진행 상황에 따라 다시 알려드리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이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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