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대외변수보다 소득주도 성장 등 반시장적 정책 실패에 따른 문제가 더 심각합니다.”
김인호(사진) 시장경제연구원 이사장은 7일 서울 중구 안민정책포럼에서 열린 조찬강연에서 ‘바보야, 문제는 정치야(It’s politics, stupid!)’를 주제로 발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청와대 경제수석, 공정거래위원장, 무역협회장 등을 두루 역임한 김 이사장은 지난해 11월 자신의 민관 경력 50년 동안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948쪽에 달하는 책 ‘명과 암 50년-한국 경제와 함께’를 펴냈다.
김 이사장은 이날 강연에서 지난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 때 빌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가 내세웠던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문구가 현재 한국 상황에서는 ‘바보야, 문제는 정치야’를 떠올리게 한다며 강연주제 선정 이유를 밝혔다. 경제는 정치토양 위에서 발전하기 때문에 정치가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경제·사회·안보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문재인 정부는 거듭된 정책 실패로 사실상 이러한 환경 조성에 실패했다는 것이 김 이사장의 평가다. 그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은 개별적으로 평가하거나 비판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무면허 음주운전자가 마약까지 하고 폭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속도를 줄이라거나 방향을 바꾸라는 말은 의미 없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정부’를 내건 순간 큰일 나겠구나 싶었다”며 “이 말에는 정부가 국민의 삶을 하나로 규정할 수 있고, 정부가 가장 유능한 주체라는 두 가지 전제가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30년 동안 정부 조직에 있었지만 정부는 절대로 그렇게 할 수 없는 존재”라고 덧붙였다.
김 이사장은 한국 경제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원인이 정부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권과 관계없이 정부·관료는 시장과 경쟁원리에 대한 인식이 낮다”며 “문제가 시장원리로 해결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기다리기보다 정부가 의도하는 결과를 조급하게 확보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어 한다”고 주장했다. 현 정부가 기업 경쟁을 저해하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김 이사장은 “지금 정부는 적당한 타협과 하향 평준화, 기회의 평등보다 결과의 평등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