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이재용 재판 연기에..."여론몰이 하나"

재판부, 준법감시위 양형 반영에

정치권·시민단체 '재벌비호' 비판

재계선 "삼권분립 원칙 지켜야"

김명환(가운데) 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과 관련해 사법부를 압박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김명환(가운데) 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과 관련해 사법부를 압박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5차 공판이 재판을 일주일 앞두고 돌연 연기되면서 삼성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4월 총선을 넘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경영환경에서 삼성을 옭아맨 사법 리스크는 좀처럼 벗겨지지가 않는다. 재계에서는 특히 이번 공판 연기가 정치권과 시민단체·민주노총까지 나서 사법부를 흔들고 있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재판부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를 이 부회장 양형에 반영하기로 한 것을 두고 일부 국회의원과 시민단체가 “재벌 봐주기”라고 맹비난하자 재판부가 공판을 늦추고 고민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자칫 ‘여론 재판’으로 끌려갈까 걱정”이라며 “반도체 업황 침체와 신종 코로나 확산 등 안팎의 불확실성에 더해 이 부회장의 재판 장기화는 삼성에 또 다른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7일 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오는 14일 열릴 예정이던 이 부회장 공판 준비기일을 전격 연기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특검과 이 부회장 양측에 준법감시위원회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준법감시위원회는 삼성의 윤리경영을 감독하는 외부기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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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법감시위원회를 양형에 반영하는 것에 대해 특검이 반대하고 사회적 논란마저 일면서 재판부가 시간을 두고 추가적인 의견수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업계와 법조계에서는 일부 국회의원과 시민단체가 이 부회장 재판부를 ‘사법농단’ ‘법(法)·경(經) 유착’이라며 강하게 비난하는 가운데 공판 일정이 연기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국회의원 43명과 민주노총·참여연대·경실련 등 시민단체는 지난달 21일 “재판부가 준법감시위원회를 명분으로 이 부회장 구명에 나선다면 이는 또 다른 사법농단과 법·경 유착의 시작”이라는 성명을 냈다. 지난 4일에는 이 성명서에 이름을 올렸던 국회의원 16명과 시민단체 등이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표와 여론을 최우선시하는 정치인과 시민단체들이 재판부를 비난하는 와중에 공판 연기라는 예외적인 일이 발생한 만큼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정치인들이 재판부를 압박하는 것은 삼권분립의 정신을 근본부터 무시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이번 공판 일정 지연으로 이 부회장의 재판 결과는 총선 이후에나 나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운영 상황과 실효성을 점검해 양형에 반영할 전문심리위원단의 구성 여부조차 아직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전문심리위원으로 재판부는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을 추천했고 이 부회장 측은 김경수 변호사를 제안했으나 특검은 심리위원 제도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재판부를 압박하는 정치권과 시민단체도 준법감시위원회가 양형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결과를 떠나 재판부의 최종 판단이 빨리 나와야 삼성전자는 사법 리스크를 떨쳐내고 경영에 몰두할 수 있다”며 “정치권의 사법부 흔들기에도 재판부가 헌법대로 법률과 양심에 따른 판단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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