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상했지만 기업 심리 위축과 실적악화가 겹쳐 지난해 법인세수는 7조원이나 펑크가 났다. 세율을 올릴수록 오히려 세금이 더 걷히지 않는 증세의 부작용이 현실화되고 있다. ★관련기사 4면
10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월 재정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법인세수는 72조2,000억원으로 전년(70조9,000억원)보다 소폭 증가했지만 당초 세입예산(79조3,000억원)에 7조1,000억원(-8.9%) 미달했다. 법인세는 전년도 기업 실적을 기반으로 납부하기 때문에 지난해가 실질적으로 법인세율 인상 효과가 반영된 첫해다. 법인세수가 정부 예상에 크게 못 미치면서 지난해 국세수입은 당초 계획(294조8,000억원) 대비 1조3,000억원 모자란 293조5,000억원을 기록해 지난 2014년 이후 5년 만에 세수결손이 나타났다. 정부는 반도체 경기 부진 등으로 실적이 나빠져 중간예납 금액이 줄어든 것을 주원인으로 꼽았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과세표준 3,000억원 초과와 관련해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지방소득세 포함 시 27.5%)로 높였다. 2017년 9월 경기가 정점을 찍고 내리막을 타던 시점에 법안이 통과된 바 있다. 정부는 당시 세율 인상에 따라 법인세 2조3,000억원이 더 걷힐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정부는 올해 법인세수가 64조4,000억원에 그치며 6년 만에 다시 감소세로 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세율이 낮아야 기업들이 쓸 돈이 많고 투자도 하면서 매출이 커지고 세금은 더 많이 걷힌다”며 “세계 각국이 다 경쟁적으로 법인세를 낮추는 와중에 헛발질을 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법인세 최고세율을 보면 우리나라는 2010년 22위에서 2019년 11위로 껑충 뛰었다. 미국·프랑스·인도 등이 경쟁적으로 법인세율을 낮췄는데 한국만 역주행한 것이다. 법인세는 국제무대에서 기업 경쟁의 근간이 되며 투자심리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홍기용 인천대 세무학과 교수는 “법인세율이 높다는 것은 국제기업 환경이 좋지 않다는 바로미터”라며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가 법인세 인하를 통해 투자하기 좋다는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황정원·한재영기자 gard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