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홍 대한항공 사장 이 그룹 내 전자투표 도입과 관련해 “아직 정해진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주 대한항공(003490)과 한진칼(180640)은 이사회를 통해 주주친화정책을 잇따라 발표했지만 셈법이 복잡한 전자투표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고심 중이다. 반조원태 회장 연합의 수장 격인 KCGI는 소액주주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지난해에 이어 재차 한진그룹 계열사들의 전자투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10일 우 사장은 한국공항공사에서 열린 ‘인천·한국공항공사 CEO 간담회’ 자리에서 “그룹 내 전자투표 도입과 관련해서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전자투표제는 주주들이 실제 주총에 참석하지 않고도 온라인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이사회에서 결의만 하면 도입할 수 있다.
KCGI는 지난 5일 한진칼 이사회에 앞서 오는 3월 예정된 정기주주총회와 이후의 주주총회에서 전자투표를 도입해 실시하도록 이사회 결의를 할 것을 요청했다. KCGI가 전자투표 제도 도입을 강조하는 것은 최대한 많은 소액주주의 의결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현재 조현아 전 부사장과 KCGI·반도건설이 연합함에 따라 확보한 지분은 31.98%, 조원태 회장은 우호지분 33.45%를 확보했다. 양측이 소액주주를 어느 정도 확보하느냐에 따라 경영권의 향방이 엇갈리는 셈이다. 3월 주총에서 과반을 차지하려면 조 회장은 10%대, 조 전 부사장은 11%대의 우호지분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한진그룹은 지난주 개최된 한진칼과 대한항공 이사회에서 전자투표 제도 도입과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조 회장은 전자투표를 도입할 경우 불확실성이 더욱 커진다는 것을 감안해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액주주들이 이해관계에 따라 표를 행사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한진그룹의 저조한 실적과 조 회장이 내놓은 경영전략이 지난해 KCGI의 제안을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점 등을 이유로 조 회장의 입장을 지지하기 쉽지 않다는 계산이다. 조 전 부사장 연합군 측이 파격적인 주주제안을 내놓을 경우 소액주주들의 표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해 3월 주총에서도 소액주주들의 지분 30.46% 중 8.2%만 조 회장을 지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진그룹은 오너 일가에 대한 부정적 여론 등으로 소액주주들의 주총 참여가 늘어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며 “조 회장은 불확실한 다수보다 임직원을 비롯한 기관투자가 등을 공략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진그룹은 전자투표 제도 도입을 결정할 경우 주총 소집시 주주들에게 공지하면 된다. 상법상 주총 소집은 주총일 2주 전까지 통지 가능하며 전자투표 또한 소집통지와 함께 통보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