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3차 전세기가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중국인 가족을 둔 교민들에겐 새로운 희망이 생긴 거죠.”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무역업을 하는 교민 전재훈(59)씨는 정부가 우한에 잔류 중인 교민 수송을 위한 3차 전세기 투입을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10일 “중국 국적의 배우자나 자녀를 둔 교민들을 중심으로 탑승 신청을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에 감사한 마음을 표했다. 정부가 11일 투입 예정인 3차 전세기에는 앞선 1·2차 때와 달리 우리 교민의 중국인 배우자와 부모, 자녀를 태울 수 있게 했다.
올해로 5년째 우한에 거주하고 있는 전씨는 지난달 말 1·2차 전세기를 통한 귀국행렬에 동참하지 않았다. 자신보다 더 열악한 상황의 교민들이 먼저 귀국해야 한다는 생각에 자리를 양보한 대신 그는 우한에 남아 총영사관 직원들과 함께 잔류 교민들을 돕고 있다.
전씨는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지난 두 차례 전세기를 타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분들이 많다”며 우한에 남은 교민들의 애타는 사연들을 전했다. 중국인 아내와 사실혼 관계인데도 아직 혼인신고를 못 해 탑승을 포기한 남편부터 갓난아이의 출생신고를 미뤄둔 탓에 가족이 함께 잔류한 아빠까지 딱한 사연을 지닌 이들이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 중에는 다행히도 영사관과 중국 정부의 도움으로 급히 아이를 호적에 올린 뒤 3차 전세기 탑승을 기다리는 부부도 있다. 전씨는 “후베이성 인근 거주 교민들의 경우 차로 7~8시간을 달려와야 하는데 도로상황이 좋지 않은데다 자동차 연료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며 “다들 예정대로 전세기를 탈 수 있을지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우한 현지 상황에 대해 그는 “시내만 해도 대형 슈퍼마켓들이 정상영업 중이라 큰 문제는 없지만 교통이 통제된 외곽 지역은 마땅한 식료품을 구하지 못해 매일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교민들도 있다”며 “얼마 전에는 자원봉사자들이 외곽의 한 교민 가정에 전달할 긴급구호품을 싣고 갔다가 도로가 봉쇄돼 불과 3㎞를 남겨두고 되돌아온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우한에서는 손 세정제 대신 소독용 알코올을 많이 쓰는데 요즘은 그것마저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전했다.
우한 교민들에게 지금 가장 시급히 필요한 것 중 하나는 ‘약’이다. 전씨는 “약을 타러 병원에 가는 것조차 쉽지 않다 보니 평소 지병을 앓던 분이나 급하게 상비약이 필요한 분들은 어려움을 많이 호소한다”며 “다행히 최근 한국 정부 요청으로 교민 가운데 약사 한 분이 수요를 파악해 보고했다”고 말했다.
3차 전세기 송환을 앞두고 국민들에 대한 간곡한 부탁도 잊지 않았다. 그는 “이 곳 교민들은 한국에서 느끼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며 “어찌 보면 우한 교민들은 입국과 동시에 격리 수용돼 철저한 관리를 받는 만큼 중국 내 다른 지역을 통해 들어오는 이들보다 안전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두 팔 벌려 환영까진 아니더라도 몸과 마음이 지친 교민들을 따뜻하게 감싸주고 위로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다만 전씨는 이번 3차 전세기에도 탑승하지 않고 우한 현지에 남아 교민들을 계속 도울 계획이다. 3차 전세기는 11일 인천공항을 출발해 교민과 가족 150여명을 태우고 12일 김포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