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여파로 멈췄던 현대·기아차 생산 라인이 재가동된 첫날 컨베이어 벨트 일부가 빈 채 돌아가는 ‘공(空) 피치’ 현상이 나타났다. 끊겼던 중국발(發) 부품 공급선을 어렵게 일부 복구해 공장 문을 열었지만 아직 정상화까지는 갈 길이 먼 상황이다. 공정 완전 정상화의 관건인 중국 현지 상황은 여전히 사람과 물류 이동이 단절된 ‘중세시대’를 연상시키는 것으로 전해졌다.
1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이날부터 울산2공장(현대)과 화성공장(기아)을 재가동했다. 울산2공장과 화성공장은 현대차와 기아차의 인기 차종을 만드는 곳으로, 각각 팰리세이드와 GV80, K5·K7 등이 생산된다. 현대·기아차는 중국발 공급이 끊겼던 부품 ‘와이어링 하네스’ 물량을 긴급 항공 수송과 국내 일부 생산 등의 방식으로 일부 확보하자 최우선으로 이 두 공장을 재가동했다. 올해 초 출시한 신차 GV80과 K5, 스테디셀러인 팰리세이드와 K7 수급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첫날 공정은 불완전했다. 라인을 돌렸지만 컨베이어 벨트 중간중간에 차가 없는 이른바 ‘공 피치’ 현상이 자주 발생했다. 차량 조립 전반부의 필수 부품인 와이어링 하네스의 공급이 여전히 부족해 생산할 수 있는 차량 대수가 평소보다 현저히 감소했다. 이날 현대차 울산2공장의 시간당 생산량은 대부분의 라인에서 절반 이하 수준에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차종의 경우 평소의 10% 수준까지 생산량이 떨어졌다. 현대차는 결국 오는 15일로 예정됐던 특근도 취소하기로 했다.
와이어링 하네스를 만드는 부품 업체와 현대·기아차는 중국 현지 공장 생산을 가능한 곳부터 재개하고 명맥이 끊긴 국내 발주를 재개하는 등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국내 조달의 경우 만들지 않던 부품을 생산하면서 품질 문제가 일부 발생하고 수율이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으로부터의 긴급 조달은 아직 물량이 완전하지 못한 상황이다. 현대·기아차는 12일부터 각각 아산공장과 광주1공장 등의 가동을 계획대로 재개할 방침이지만 여전히 와이어링 하네스 공급부족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자동차 생태계 정상화의 열쇠를 쥐고 있는 중국 현지 여건은 여전히 어렵다. 춘제 연휴를 마친 중국의 공장들이 재가동을 시작한 지 이틀째인 이날 지방당국의 규제와 일손 부족으로 정상화가 쉽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상하이시 당국은 시내 제조업 공장의 70%가 운영을 재개했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많은 공장이 가까스로 가동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전했다.
중국 지방정부들은 직원 전원의 14일간 행적 보고 등 조건을 만족해야 공장 재가동을 승인하고 있다. ‘도시 봉쇄’가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직원들의 직장 복귀 자체가 늦어지고 물류도 쉽지 않다. 요르그 부트케 주중 유럽상공회의소 회장은 “도시·마을마다 검문검색이 이뤄졌던 중세시대 유럽을 방불케 한다”고 말했다.
/박한신·서종갑기자 베이징=최수문특파원 hs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