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010060)가 태양광 폴리실리콘 국내 생산 중단을 결정한 것은 중국발 가격 급락을 버티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기요금이 폴리실리콘 제조 원가의 약 4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한 점도 국내 생산에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OCI는 11일 군산공장에서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생산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대신 원가 절감에 유리한 말레이시아 공장에서의 생산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OCI 측은 이날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말레이시아에서는 지난해 대비 16% 이상의 원가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외 설비 운전 최적화를 통해 최소 25% 이상의 원가 절감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폴리실리콘 가격은 지난해부터 급락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PV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고순도 폴리실리콘 가격은 ㎏당 7.1달러로 2018년 가격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통상 폴리실리콘 업체들의 손익분기점(BEP)이 ㎏당 13~14달러라는 점에서 제품을 만들수록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이에 OCI는 지난해 1,807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어닝쇼크’를 맞았다. 영업손실액 규모는 증권가에서 전망한 1,576억원보다 컸다. 매출도 2조6,051억원으로 전년 대비 16.3% 감소했고 순손실은 8,093억원에 달했다. 2018년 4·4분기부터 시작된 분기별 영업손실은 갈수록 확대돼 432억원에서 지난해 4·4분기 643억원까지 늘었다. 시황 악화에 폴리실리콘 사업부문 유형자산 손상차손 7,505억원이 맞물리면서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
OCI가 심각한 타격을 입은 것은 지방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업체들이 치킨게임을 주도한 결과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폴리실리콘의 공급과잉률(수요 대비 생산능력)은 140%에 달한다. 전기요금이 폴리실리콘 제조 원가에 결정적인 상황에서 중국 업체들은 국내 업체 대비 절반 수준의 요금에 전기를 공급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국내 태양광 업계가 정부에 요청했던 전력산업기반기금(전기료의 3.7%) 면제 등의 지원 방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국내 2위 폴리실리콘 제조업체였던 한국실리콘은 이미 치킨게임을 버티지 못하고 지난 2018년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태양광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업체의 기술력이 높다지만 중국의 기술 수준도 상당히 높아졌다”며 “기술 차이는 좁혀져 가는데 국내 제품의 판매가격은 비싸다 보니 한국산 제품이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폴리실리콘 부문에서 적자를 본 한화솔루션도 국내 공장 가동률을 낮추고 국내 사업 철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솔루션도 폴리실리콘 국내 생산을 포기할 경우 국내 태양광 산업의 기초 소재 생태계는 무너지게 된다. 이날 한화솔루션은 중국 부품 수입 차질로 국내 태양광 모듈 공장 2곳을 일시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OCI는 앞으로 국내에서는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등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 집중할 방침이다. 오는 20일 중단되는 군산공장은 정기보수를 거친 뒤 5월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생산라인으로 전환한다. OCI는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생산량을 올해 1,000톤, 2022년 5,000톤까지 늘리기로 했다. OCI 측은 “반도체 웨이퍼를 생산하고 실제 쓰고 있는 주요 업체에서 품질 이슈가 없는 것이 중요하다”며 “반도체용은 검증 프로세스가 긴 편이라 현재 일부 검증을 진행하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화학분야에서 스페셜티 제품 공급도 확대한다. OCI는 지난해 포스코케미칼과 합작 투자를 발표한 뒤 과산화수소 생산을 위한 1단계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박효정·심우일기자 j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