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보통신기술 박람회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될 위기에 처했다. 대형 행사장에서의 감염을 우려한 기업들이 잇따라 행사 불참을 결정한데 따른 후폭풍이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가 오는 14일(현지시간) 이사회를 열고 올해의 MWC행사(MWC 2020) 취소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고 로이터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은 12일 전했다. MWC 2020은 당초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오는 24~27일 개최될 예정이었다.
MWC는 연간 10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방문하는 ICT분야의 최대 행사로 꼽혀왔다. 특히 중국 화웨이가 행사의 주요 스폰서로 나섰고, 샤오미, 오포를 비롯한 중국계 기업들이 대거 참여할 예정이었던데다가 관람객 중 중국인이 상당수 차지할 것으로 전망돼 왔다. 그러나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가 중국을 넘어 해외 주요국들로 확산되면서 행사 자체의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지게 된 것이다.
LG전자는 MWC 2020에서 신형 스마트폰을 공개할 계획이었으나 감염증 사태가 커지자 이달초 불참을 결정했다. 뒤따라 에릭슨, 엔비디아, 아마존, 소니, NTT도코모 등이 불참대열에 합류했다. 심지어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비보도 지난 11일(현지시간) MWC 참가를 포기했고, 인텔, 페이스북, 시스코, AT&T, 스프린트도 같은 날 행사 불참 방침을 밝혔다.
MWC 행사 취소가 결정될 경우 올해 스마트폰을 비롯한 주요 ICT기기 및 통신인프라 시장의 경쟁구도와 흥행에도 적지 않은 여파가 미칠 것으로 보인다. 독자적으로 신형 스마트폰 공개 행사(언팩)을 진행하는 삼성전자나 애플과 달리 다른 경쟁사들은 주로 MWC무대를 계기로 당해 연도의 전략 신제품들을 선보이며 서로의 경쟁전략을 가늠해왔다. 따라서 독자적 언팩을 하는 삼성전자 갤럭시폰과 애플의 아이폰이 주도하는 양강구도는 올해 한층 견고해지는 반면 다른 경쟁사들은 대중의 주목을 받을 큰 무대를 잃어 상대적으로 열세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
이번 사태가 MWC 자체의 ICT 산업계 리더십에 타격을 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글로벌 전자통신업계의 양대 전시회는 유럽이 주도하는 ICT분야의 MWC와 미국이 주도하는 가전 전시회 CES로 양분돼 있다가 점차 CES 전시품목이 ICT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두 행사가 서로 패권을 다투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