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1단계 무역합의가 미 대통령 선거 때까지는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그동안 ‘30초 월스트리트’ 코너에서 예상한 것과 같은 맥락인데요.
미 외교협회(CFR)의 벤 스테일 시니어 펠로 겸 국제경제 디렉터는 12일(현지시간) 뉴욕 총영사관에서 열린 ‘미중 1단계 무역합의’라는 이름의 강연에서 “미중 무역합의는 깨질 것 같다. 하지만 선거 뒤”라고 밝혔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미중 1단계 무역합의라는 성과가 필요합니다. 미중 합의에서 중국은 향후 2년 간 2,000억달러어치의 미국산 제품을 사기로 했습니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실제 수출이 되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경합주에서 표를 얻기 위해서는 중국의 농산물과, 제조품, 서비스 수입을 늘리기로 했다는 선언적 문구가 절실합니다. 특히 2,000억달러어치 수출은 표심을 뒤흔들 만하지요. ★[김영필의 30초 월스트리트] 美에 고개 숙인 中…“무역합의 당분간 문제없다” 참조
스테일 디렉터는 선거 후에는 두 나라가 수입이행을 두고 갈등을 벌일 것이며 이것이 판을 깨는 방아쇠가 될 것이라고 봤습니다. 그는 “2,000억달러는 너무나 비현실적”이라며 “개인적으로는 이의 절반인 1,000억달러 정도만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목표치의 반밖에 안 하면 트럼프가 가만 있을 리 없지요.
다만, 그것은 선거 이후가 될 겁니다. 1단계 무역합의에서는 “시장이나 수요상황에 따라 조절할 수 있다”는 문구가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중국이 이 같은 핑계를 대기에 좋은 구실이 됩니다. 트럼프도 대선 전까지는 절대로 먼저 무역합의가 깨졌다고 하지 않을 겁니다.
중국도 손해 보는 게임은 아닙니다. 현재로서는 중국도 미국산 농산물이 필요하고 첨단기술 제품도 있어야 합니다. 스테일 디렉터는 수입 예외조건을 언급하면서 “중국은 1단계 합의를 마음대로 해도 되는 프리옵션 정도로 생각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2단계 무역합의는 절대 없을 것이라는 게 스테일 디렉터의 생각입니다. 그는 “예를 들어 사이버 안보 이슈의 경우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관여 하는 일이 없다는 식으로 나온다”며 “두 나라의 인식 차이가 크기 때문에 2단계 무역합의는 불가능하다”고 전했습니다.
환율합의는 큰 의미가 없다고 봤습니다. 그는 “이전까지 해온 것과 비슷한 수준의 선언적 내용”이라며 “중국은 (미국이) 서명해달라고 하면 기꺼이 서명은 해준다. 하지만 의미가 없다”고 했습니다. 두 나라 사이의 협약은 이행되지 않았을 경우 이를 강제할 수단이 없어 안 지키면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거듭 말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단순히 중국이 미국산 제품수입을 못하고 이 때문에 협의가 바로 깨지는 것처럼 생각하면 안 됩니다. ‘우물 안 개구리’ 식 분석으로는 국제정세를 제대로 읽기 어렵습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