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와 음원 서비스 업체를 대상으로 소비자들의 ‘다크넛지’ 피해 방지를 위한 조치에 나선다. 온라인 시장에서 구독경제가 빠르게 확산하는 가운데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13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공정위는 OTT 업계를 비롯한 온라인 플랫폼의 다크넛지 피해 사례를 들여다 보고 있다. 다크넛지는 팔꿈치로 옆구리를 찌르듯 고객의 자발적인 의도와 상관없이 구매를 유도하는 상술을 지칭하는 신조어다.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마케팅 차원에서 일정 기간 무료 이용이 가능하다고 고객을 유인한 뒤 무료 기간이 끝난 뒤에도 자동결제가 되도록 하는 사례를 일컫는다. 현재 공정위가 살펴보는 대상에는 티빙·왓챠플레이·바이브 등 영상·음원 서비스 제공업체가 망라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경쟁 당국이 이미 존재하는 약관에 대해 시정명령을 할 수는 있으나 약관을 신설하게 하는 권한은 없다”며 “업체별 사례를 검토한 후 무료 이용 기간이 끝나기 전 고객에게 결제 여부를 통지하도록 하는 내용을 약관에 포함하도록 권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크레디트 스위스에 따르면 지난 2000년 2,150억 달러에 불과했던 온라인 구독경제 시장은 올해 5,300억 달러 수준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위가 이처럼 다크넛지 피해 방지에 나선 것은 고객 민원을 바탕으로 한 한국소비자원의 조사에 따른 조치다. 앞서 소비자원이 지난 2017년부터 2019년 10월까지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구독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 26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무료 기관 경과 후 유료 전환 전에 문자나 이메일 등을 통해 결제 예정이라고 고지한 앱은 2개에 불과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실태조사 후 각 업체에 자진 시정을 권고했으나 회신이 온 회사는 한 군데도 없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 조성욱 위원장이 취임한 이후 ICT 분야에 대한 제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온라인·모바일 등을 포함하는 업종이 첨단화하면서 전통적인 산업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는 만큼 ICT 분야로 칼날을 겨눠 공정한 시장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세종=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