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트라이브즈]'족장'이 돼라, BTS처럼

■세스 고딘 지음, 시목 펴냄

'BTS 팬덤=새로운 부족'의 탄생

공통 관심사에 믿음·비전 더하면

누구나 부족 이끄는 리더로 변신

소속감 가지려는 인간의 본능 자극

자발적으로 확장하는 힘 발휘시켜

누구나 부족이끄는 리더될 수 있어

지난해 6월 부산에서 열린 BTS 공연에 수많은 팬들이 몰려 환호하고 있다. 신간 ‘트라이브즈’는 BTS의 팬덤 형성을 ‘부족(Tribe)’이라는 개념에 대입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지난해 6월 부산에서 열린 BTS 공연에 수많은 팬들이 몰려 환호하고 있다. 신간 ‘트라이브즈’는 BTS의 팬덤 형성을 ‘부족(Tribe)’이라는 개념에 대입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탄소년단(BTS)이 데뷔했던 2013년까지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단 한번도 남자 아이돌을 키워본 적이 없었다. 당시는 아이돌 산업이 SM·JYP·YG 3대 기획사를 중심으로 돌아갔고, 그들을 통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공식이 성립됐던 시기다. 이들과 경쟁하기 위한 빅히트의 전략은 색달랐다. ‘달려라방탄’과 같은 자체 예능프로그램을 제작하고, 공연장 백스테이지 영상과 연습실 영상, 숙소영상 등을 제작해 팬들에게 공개했다. 기존 아이돌의 신비주의 전략을 타파하고 팬카페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팬들과 수시로 소통하는 활동이 누구보다 활발하게 이뤄졌다. 이제 이러한 방식은 아이돌의 성공 전략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BTS가 등장하기 한참 전, 인터넷이 발달하기 전에도 팬들을 공략해 성공한 뮤지션이 있었다. 1960년대 말 미국의 뮤지션 제리 가르시아는 자신의 밴드 그레이트풀 데드와 함께 음악산업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킨 인물이다. 그는 무료 공연을 포함해 연간 100회가 넘는 투어를 진행하고, 다른 밴드들과는 달리 팬들이 공연실황을 녹화하는 것까지 허용했다. 이러한 호의에 팬들은 가르시아의 열렬한 추종자가 됐고, 자발적으로 입소문을 내기 시작했다. 이는 밴드를 성공으로 이끈 원동력이 됐다. 가르시아를 향한 팬들의 추종은 그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이른바 팬덤의 형성이다.

마케팅 분야의 권위자인 세스 고딘은 신간 ‘트라이브즈’를 통해 이들의 성공신화를 ‘부족(Tribe)’이라는 개념에 대입해 설명한다. 그가 말하는 부족은 하나의 아이디어로 연결된 집단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료 직원, 고객, 투자자, 신앙인, 동호회원, 독자 등 하나의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규합된 사람들의 집단이 모두 ‘부족’에 해당한다. 부족원들은 일반적인 회사원이나 고객, 대중과 달리 자발적으로 자신이 속한 부족을 강력하게 만들고 그 규모를 키워가기 때문에 그 어떤 마케팅 수단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BTS와 가르시아 역시 부족원을 통해 성장할 수 있었다는 논리다.


그가 말하는 부족은 우리 주변 곳곳에 존재한다. 조직 안팎, 공공기관, 민간기업, 비영리단체, 학교 등을 막론한다. 책은 부족의 대표적인 사례로 스카이프의 창업자 니클라스 젠스트롬과 크로스핏의 창시자 그레그 글라스만, 실리콘밸리의 핫플이스 벅스 레스토랑,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타스민 리틀의 일탈행동, 페이스북, 유튜브 등을 소개하며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부족원으로 만드는 방법을 소개한다. 부족 형성이 무조건 이윤을 창출하는 방향으로 가야하는 것만은 아니다. 국제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 활동가인 제리 스터닌의 베트남 구호활동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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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부족의 일원이 되고자 하는 욕망은 인간에게 내재된 원초적 생존 본능이라고 말한다. 마음이 맞는 이들끼리 부족을 이루고자 하는 욕구가 살아남기 위한 일종의 본능이라는 것이다. 또 리더에게 이끌리고 소속감에 기쁨을 느끼며 새로운 것에 대한 흥분과 설렘을 거부하기 어려운 것 역시 본능이라고 설명한다. 인간이 수백 만년 동안 하나 혹은 그 이상의 부족 또는 국가에 속해 생존해왔다는 사실이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오늘날 사람들은 한 부족에 소속되는 데서 만족하지 않고 되도록 많은 부족에 속하기를 원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부족을 만들기 위한 6가지 원칙도 제시한다. 공통의 관심사를 제대로 포착하고, 부족의 크기에 집착하지 말며, 일방적으로 말하지 말고 부족원들과 활발하게 소통해야 한다. SNS나 유튜브 활동 등은 부족을 이끌어가는 하나의 도구에 불과하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믿음을 강화하고, 명예에 집착하는 대신 분명한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다. 관심사로 묶인 집단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시대를 맞아 저자는 누구나 부족의 리더가 될 것을 권한다. 유명 가수나 밴드, 기업가만이 아닌 자신이 활동하는 모든 수단을 함께 공유하고 소통하는 것만으로도 부족을 이끄는 리더가 될 수 있다.

‘리더십을 갖추고 부족을 이끄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당신은 이를 수년간 피해왔다. 나는 당신이 거대한 변화를 만드는 데에 필요한 모든 기술을 이미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으면 한다. 가장 좋은 소식은 당신이 알맞은 직장에 취직하거나 승진할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당신은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다.’ 1만5,000원.


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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