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마스크, 손 소독제는 부르는 게 값이다. 38만원짜리 손 소독제까지 등장했다. 손 소독제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상황에서 휴대용 손 소독제를 만들어 오히려 가격을 내린 업체가 있다. ‘우리화장품만들어볼래?(우화만)’는 휴대용 손 소독제를 3개 1만3,500원에서 1만500원으로 20% 내렸다. 우화만은 소비자 아이디어를 현실로, 결핍에서 에너지를 찾는 화장품 플랫폼이다.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사무실에서 우화만을 운영하는 김도연 굿즈컴퍼니 대표를 만났다. 김 대표는 이음의 성공으로 이미 스타트업 바닥에서는 유명한 인물이다. 굿즈컴퍼니는 싱글매칭 ‘이음·이음오피스’, 오프라인 결혼정보 서비스 ‘맺음’으로 유명한 이음소시어스를 이끌고 있는 김 대표가 설립한 뷰티 스타트업이다.
◇코로나19에 손 소독제 가격 내린 화장품 회사=“외국에서는 휴대용 손 소독제가 일상화돼 있는데, 국내 시장에서는 손 소독제가 대용량 위주로 핸드백에 들어가는 제품 자체가 거의 없었어요.”
우화만을 출범한 지 1년 만에 가장 바쁜 화장품 업체로 만들어준 제품이 있다. 30㎖ 민트색 튜브에 넣은 휴대용 손 소독제인 ‘오삭핸드겔’이 바로 그것이다.
“오삭핸드겔은 미국에 사는 에스더라는 교포의 아이디어를 우화만이 제품화한 것이에요. 미국에서 독감이 유행하면서 손 소독제에 대한 아이디어를 냈는데, 우화만이 그걸 채택한 거죠. 국내 시장에서 휴대용 손 소독제는 주로 수입제품에 의존하는데 가격도 35~40유로 정도로 비싼 편이라 필요성을 절감하고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아이디어가 제품이 되기까지 개발 기간만 9개월을 거쳤다. 통상 2개 정도의 항균 테스트를 거치는 것과 달리 오삭핸드겔은 황색포도상구균·대장균·녹농균 등 8개의 테스트를 완료, 2개의 추가 테스트가 진행 중이다. 소독제지만 보습력을 높이고 향도 넣었다. 신선한 아이디어와 제품력이 만나자 그야말로 제품은 대박이 났다. 카카오메이커스와 손잡고 3차 물량까지 내놓았는데 나오자마자 매진. 반나절 만에 1만개 판매, 3일 만에 10만개 판매라는 신기록도 세웠다. 코로나19로 수요가 폭발하자 우화만은 가격을 내렸다. ‘착한 손 소독제’라는 입소문도 났다. 국내뿐 아니라 미국·일본 등 해외에서도 발주 문의가 쏟아진다.
◇결핍을 발견하는 화장품=우화만은 ‘국민 MD’를 모토로 한 기존과는 다른 화장품 업체다. 우화만은 소비자가 느끼는 화장품에 대한 결핍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 소통의 시대, 몇 상품기획자가 책상에서 내놓는 아이디어로는 까다로운 소비자를 만족시키기에 역부족이라는 점에 착안했다.
“뷰티 인디 브랜드의 경우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확률이 1%도 되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신생 브랜드가 발붙이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 몇 상품기획자가 소비자의 결핍을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우화만의 시작이었습니다.”
우화만은 출범한 지 1년의 신생 스타트업체이지만 벌써 소비자에게 각인되는 제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해 10개의 제품을 선보였다면 올해는 30개가 넘는 제품을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객이 우화만 애플리케이션에 화장품 아이디어를 올리면 우화만이 아이디어의 시장성을 판단해 제품을 출시한다. 소비자와 쌍방으로 소통하는 만큼 소비자들이 일종의 MD로 참여해 제품 판매로 이어지면 매출의 최대 3%까지 인센티브로 제공한다. 초창기 제품이었던 ‘인플라이트 릴렉싱 마스크’는 비행기 내에서는 피부가 현저히 건조해진다는 점에서 시작, 출시 후 2주간 목표수량 1,500개가 완판돼 소비자 MD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예비 맘’을 위해 팩 시트지부터 유기농을 사용하고 가장 건강한 성분만을 담았다. 국내에서 깐깐하게 제품을 선택하기로 유명한 마켓컬리에서 먼저 입점 연락이 오더니, 이제는 스위스 수출을 앞두고 있다. 김 대표는 “결핍을 소비자에게서 찾고 가장 잘할 수 있는 제품을 골라 상품으로 선보였더니 반응이 좋다”면서 “전문가 큐레이션이 아닌 소비자 큐레이션의 안목을 믿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파우치 좀 보여줄래”=김 대표는 이미 우화만 이전에 국내 최초 소개팅 앱 ‘이음’을 성공리에 론칭한 경험이 있다. 하나도 성공시키기 어렵다는 스타트업 바닥에서 우화만은 그의 ‘버전 2’ 도전이다. 이음을 성공시킨 정보기술(IT) 전문가의 뷰티 도전기는 그리 녹록지 않았다.
“제주부터 강원도까지 1년 반 동안 매일같이 화장품 제조사, 브랜드를 찾아다녔습니다. 그때 인디 화장품 업체들을 수없이 다니면서, 회사는 매력적인데 화장품 바닥에서 성공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라는 것을 직접 봤습니다. 매력적인데 어렵다면 지금과는 다른 프레임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우화만에 접근했습니다.”
우화만을 얼핏 보면 IT 전문가의 화장품 좌충우돌 도전기 같지만 우화만이 나온 것은 하루 이틀의 노력이 아니다. 지난 2018년 9월, 이음 대표로 그는 이음에서 화장품 아이디어 공모전을 열었다. 화장품에 대해 그동안 아쉬웠던 점을 얘기하는 자리였는데, 상품은 커피 쿠폰이었음에도 당시 직원들의 아이디어는 차고 넘치게 올라왔다. 그는 거기에서 화장품에 대한 소비자로서의 불만과 아쉬움이 많다는 것을 직감했다.
“파우치 좀 보여줄래.” 김 대표가 직원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다.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부터 그는 직원들의 파우치에도 관심을 갖는다. 3년 전만 해도 쿠션·틴트·BB크림 등 화장품 용어에 문외한이었던 그가 화장품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면서 직원들 파우치를 통해 제품에 대한 불만에 귀를 세웠다.
◇기존에 했던 것과는 다른 DNA를 만들자=“우화만은 일종의 화장품 프로듀서예요. 화장품 업체는 많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소비자가 우화만 앱에 수많은 아이디어를 올리면 우리는 프로듀서의 눈으로 이를 바라봅니다.”
지난해 초 앱 론칭 후 1년 만에 가입자 수는 5만명을 넘었고, 한 달에 800건이 넘는 아이디어가 올라오고 있다.
그의 스타트업 궤적은 생소한 것을 찾아내고 이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식시키는 일이다. 2010년 이음을 시장에 내놓았을 때도 처음에는 생소하다는 반응이었다. 당시 소개팅 앱은 거의 음성적으로 운영되던 때다. 김 대표는 그런 시장에서 이음을 통해 프로필을 올리고, 프로필을 검증받게 했고, 하루에 한 명씩 이성을 소개해주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결과는 대성공. 이음이 나온 후 앱을 통한 소개팅은 이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안정은 저에게 설레지 않습니다. 이음을 성공시키고 다들 이제는 좀 편하게 살아도 되지 않냐고 하지만 이제는 뷰티 영역에서 기존과는 다른 DNA를 찾고 싶습니다.”
이음과 우화만은 각 영역에서 기존과는 다른 것, 그래서 지금은 조금 생소한 것이라는 의미에서 닮았다. 김 대표는 “이음에 이어 화장품 시장에 뛰어들었다고 하면 너무 다른 영역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사실은 각 시장에서 소비자의 결핍을 해결한다는 면에서 둘은 비슷합니다. 소개팅을 친구에게 구걸하다시피 하는 문화가 아닌 앱으로 보다 쉽게 다가가게 하고 싶었고, 우화만 역시 화장품을 쓰는 소비자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싶었습니다.”
그는 정글과 같이 치열한 스타트업 바닥에서 벌써 아홉 번째 스타트업을 냈다. 아홉 번째가 우화만이다. “가수라고 치면 9집 가수라고 하면 별반 놀라지 않지만, 아홉 번째 스타트업이라고 하면 다들 지치지 않냐고 묻습니다. 장르를 바꾼 9집 프로젝트일 뿐이에요. 우화만을 소통의 앱으로 성공시키는 프로젝트죠.”
◇He is…
△70년 천안출생 △1997 년 성균관대 무역학과졸업 △1999 년 여성포탈 아이오아이커뮤니키 대표 △2005 년 핼스케어 레몬트리 대표 △2006 년 소셜네트워킹 피플투대표 △2009 년 ~ 현재 소셜데이팅 이음 런칭 이음소시어스 대표 △2018 년뷰티 스타트업 굿즈컴퍼니 대표 △2019 년 7월 뷰티 커뮤니티플랫폼 우화만 런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