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경기도 안 나오는 야구 드라마가 되겠냐는 우려를 보란 듯이 깼다, 야알못’과 ‘야잘알’을 모두 매혹시켰다, 스포츠 드라마의 새 역사를 썼다”
지난해 12월 첫 방송을 시작한 SBS ‘스토브리그’가 22.1%라는 시청률로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흥행이 힘든 스포츠 드라마, 야구 경기는 거의 나오지 않는 야구 드라마라는 약점을 안고 시작한 ‘스토브리그’의 반전에는 이신화 작가의 뛰어난 필력이 있었다.
‘스토브리그’는 프로야구 프런트라는 새로운 소재를 앞세워, 만년 꼴찌팀 ‘드림즈’가 신임 단장 백승수(남궁민)의 부임과 함께 남다른 시즌을 준비해가는 과정을 그렸다. 이 작가의 첫 데뷔작이었지만, 꼼꼼한 취재를 통한 철저한 현실 고증과 신인 작가라고 생각되지 않을 만큼의 탄탄한 스토리텔링으로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웠다. 첫 회 5.5%에서 시작한 시청률 그래프는 마지막 22.1%로 정점을 찍으며 드라마 못 지 않은 ‘현실의 신화’로 자리매김했다.
한 편의 드라마를 5년 동안 준비했다던 이 작가는 긴 준비 기간만큼이나 대본에 ‘현실감’과 ‘긴장감’을 적절히 녹여냈다. 백승수의 부임과 함께 한 번도 조명되지 않았던 ‘야구단의 현실적 뒷 이야기’가 시작되자 야구팬들은 서로 ‘우리 팀 이야기’라며 핏대를 세웠다. ‘어느 구단이 드림즈의 실제 모델인지’ 갑론을박하는 팬들을 위해 이 작가가 직접 “‘드림즈’는 가상의 팀으로 실제 구단과 무관하다”고 해명하는 웃지 못 할 에피소드도 남겼다.
‘스토브리그’의 또 다른 매력은 ‘야알못’도 빠져들게 하는 ‘사람 냄새’였다. 이세영(박은빈) 팀장의 “선은 니가 넘었어”, 백승수 단장의 “해 왔던 것들을 하면서 안 했던 것들을 할 겁니다, 말을 잘 들으면 당신들이 다르게 대합니까?” 등등 명대사는 야구를 떠나 이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공감대를 불러일으켰다. 처음 홍보문구로 내걸었던 ‘야구 드라마지만 야구 드라마가 아니다’라는 슬로건이 매우 적절했다는 점을 매 순간 입증해 나갔다.
‘야알못’과 ‘야잘알’ 모두를 관통한 ‘스토브리그’의 휴머니즘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제작진은 ‘스토브리그’가 종영한 뒤 이 작가를 두고 “대본 속에서도 사람을 대하는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는 분”이라며 “최종회 대본 마지막에 스태프와 배우 한 명 한 명을 언급한 5페이지 가량의 감사편지는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좋은 작품을 만들어줘서 감사하다”며 따뜻한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두 달가량의 시간 동안 매회 반전 ‘신화’를 써 온 이 작가는 드라마 속 주인공 백승수처럼 본인도 첫 작품 ‘스토브리그’에 아름다운 이별을 고했다. 그는 “시즌 2를 쓰는 것이 다른 이야기를 쓰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며 “‘이럴거면 돌아오지 말지’라는 말이 나오지 않게 하겠다”고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다만 “아쉬운 소리 듣지 않을 자신이 있을 정도로 아이디어가 차올랐을 때 다시 돌아오겠다”며 ‘드림즈’와의 인연의 끈도 남겨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