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비전펀드, 새 헤지펀드發 '내분' 조짐

FT "미스라 운영총괄, 의욕 추진"

손정의 철학과 어긋나 진통 예상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 운영 총괄 책임자인 라지브 미스라가 헤지펀드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위워크·우버 등에 대한 투자 실패를 만회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되지만 손정의 회장의 기술투자 전략과 배치돼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FT에 따르면 미스라는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국부펀드인 무바달라개발공사, 카자흐스탄과 함께 수십억달러 규모의 새로운 헤지펀드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 펀드는 아부다비에 기반을 두고 미스라와 도이체방크에서 함께 일했던 헤지펀드 매니저 악샤이 나헤타가 운영할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헤지펀드 조성은 비전펀드의 지난해 투자 실패를 만회하기 위한 고육책 성격이 짙다. 비전펀드가 지난해 위워크 등에 대한 투자에 실패하면서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3·4분기 이익이 99%나 줄었다. 4·4분기에도 손실이 발생하며 2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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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펀드 2호 설립 계획도 차질을 빚고 있다. 2017년 1,000억달러 규모의 비전펀드 1호를 만들어 운영 중인 소프트뱅크는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폭스콘 등의 출자를 받아 1,080억달러 규모의 2호 펀드를 설립할 방침이었으나 지난해 투자 성과가 좋지 않으면서 손 회장은 최근 비전펀드 2호 조성을 위한 자금 모집이 어렵다고 인정하고 계획 변경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미스라의 투자 전략이 손 회장의 투자 철학과 배치된다는 점이다. 손 회장은 상장하지 않은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한 뒤 이들 기업의 성장을 도와 이익을 나누겠다는 생각으로 비전펀드를 운영해왔다. 이 때문에 손 회장은 미스라의 헤지펀드 투자 계획에 반대해왔으며 소프트뱅크 내부에서는 미스라의 헤지펀드 설립 계획을 공식화하는 것을 말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프트뱅크는 손 회장과 미스라 간 의견 불일치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둘 사이의 의견 불일치가 이어질 경우 소프트뱅크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FT는 “미스라의 계획은 손 회장의 비전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며 “이러한 움직임은 비전펀드 투자 실패 이후 사업 방향을 놓고 소프트뱅크 내부의 긴장을 더욱 고조시킬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박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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