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폭발에는 전조가 있었다. 2월 16일부터 산이 흔들리고 연기가 피어올랐다. 펄펄 끓는 마그마가 화산재와 함께 분출한 19일의 1차 플리니식 폭발은 20시간 동안 이어졌다. 크고 작은 화산활동은 3월 중순까지 지속되고 4월까지 지진 활동이 잇따랐다. 잉카제국을 멸망시킨 정복자 프란시스코 피사로가 건설한 도시 아레키파에는 크기 2m 짜리 바위를 포함한 화산재가 날아들었다. 추정 인명 피해 최소한 4,500여명 이상. 화산폭발의 와중에도 스페인 통치자들은 미신을 응징하는 신의 분노라며 원주민을 윽박질렀다.
안데스 산맥에서 터진 화산은 지구촌 구석구석에 종교를 가리지 않고 재앙을 뿌렸다. 버섯구름과 화산재의 미세 입자가 지구 전체에 퍼져 태양 빛을 차단하며 기온이 뚝 떨어졌다. 러시아에서는 냉해로 인한 대기근이 발생하며 12만7,000여명이 굶어 죽고 반란과 외세 침공으로 왕조가 바뀌는 사태로 번졌다. 스위스 등 중북부 유럽은 2년 동안 계절 변화 없이 겨울 날씨가 이어지고 프랑스와 이탈리아, 독일과 페루의 포도 수확도 줄어 와인 생산업도 붕괴 위기를 맞았다. 중국과 일본에도 겨울이 일찍 찾아왔다. 조선왕조실록(선조실록)에서도 기상 이변이 확인된다.
한 지역의 화산 폭발이 실제로 지구촌 전체에 영향을 끼쳤나. 1815년 탐보라(오늘날 인도네시아) 화산 폭발은 이런 의문을 한방에 날려버렸다. 아일랜드와 중국의 대기근을 비롯한 흉작과 냉해, 콜레라가 지구 전역을 덮었다. 주목할 대목은 거대화산 폭발은 남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 지질조사국이 1982년 제정한 화산폭발지수(VEI) 기준에 따르면 후아이나푸티나 보다 강한 화산폭발은 예수 탄생 이래 딱 두 번 뿐이다. 탐보라와 백두산(946). 정말로 백두산이 터질까. 최근 나온 영화가 현실로 나타날지 두렵다. 남북한은 물론 국제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논의해야 할 지구적 과제다.
/권홍우선임기자 hong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