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대구서도 '깜깜이' 환자...교통사고 입원중 발병, 교회 예배도

[코로나19 지역 전파 우려 고조]

감염경로 모르는 세번째 사례로

영남권 첫 발생...전국 확산 우려

바이러스 진단검사 안돼

31번 환자 다녀간 병원·호텔 폐쇄

31번 코로나19 감염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기 전에 첫 진료를 받았던 대구 수성시 보건소가 18일 오전 폐쇄된 직후 현장 직원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31번 코로나19 감염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기 전에 첫 진료를 받았던 대구 수성시 보건소가 18일 오전 폐쇄된 직후 현장 직원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세 번째 환자가 대구에서 발생했다. 18일 확진된 31번 환자는 29번 환자(82세, 한국인 남성)나 30번 환자(68세, 한국인 여성)와 마찬가지로 해외 여행력이나 기존 확진자와의 접촉 사실도 확인되지 않아 ‘지역사회 내 감염’의 본격적인 확산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더욱이 이 환자는 발병이 시작됐을 때 교통사고 치료차 한방병원에 입원 중이었고 오한과 인후통·발열 등의 증상이 있었음에도 바이러스 진단검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병원 측은 이에 “폐렴 소견을 보여 보건소 검사를 권유했다”고 밝혔다.

18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해외 여행력이 없는 한국인 61세 여성이 국내 31번 환자로 확인됐다. 대구에 거주하는 이 환자는 전날 오후3시30분 발열·폐렴 증상을 호소하며 대구시 수성보건소를 찾아 검사를 받았다. 이후 대구의료원 음압병동에 격리 입원됐고, 오후11시 보건환경연구원의 1차 검사 결과 코로나19 양성으로 판명됐다. 이날 오전5시 질병관리본부의 재검사에서도 최종 양성 판정을 받았다.


31번 환자는 지난 7일께부터 오한·인후통 등의 증상이 있었고 10일께부터는 38도 이상 발열이 있었다. 구체적 발병일과 감염원에 대해서는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를 위해 현재 대구 수성구보건소에는 질병관리본부의 즉각현장대응팀 12명이 파견됐다.

방역당국 측에서도 31번 환자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최근 확진된 3명의 환자 모두 지역사회 감염이 의심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감염경로가 ‘해외여행력’ ‘확진자 접촉력’ 등 두 가지로 좁혀졌지만 세 환자는 두 가지 모두 해당하지 않는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면서 “입국자 검역과 접촉자 자가격리 등 봉쇄 전략을 추진하는 동시에 지역사회 감염 대비책을 추가해야 하는 시기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우선은 세 환자에 대해 역학조사 기간을 2주로 확대한 뒤 결과를 공개할 계획이다. 기존에는 환자의 증상 발현일 하루 전까지에 대해서만 이동경로·접촉자 등 역학조사 결과를 공개했지만 감염원을 특정하기 어려운 세 환자의 특성을 고려해 증상 발현일 2주 전까지를 기간으로 잡았다. 정 본부장은 “동선 하나하나에 대해서 거기에 유증상자가 있었는지를 파악해 검사도 진행하고 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기존 확진 환자와의 접촉 이력은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31번 환자는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회사의 세미나에 참석했는데 100명이 넘는 직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3시간가량 함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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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31번 환자는 그동안 청정구역으로 꼽혔던 영남권 첫 환자인 만큼 동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방역당국 등에 따르면 환자는 오한과 인후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 7일부터 16일까지 교통사고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하고 있었다. 그러나 증상이 나타난 이후인데다 입원 도중에도 교회 예배에 참석하는 등 대구 곳곳을 다녀 2차·3차 감염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날 오후 31번 환자와의 접촉이 의심되는 37세 여성이 코로나19 의심증세를 보여 계명대 동산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동산병원 측은 “환자는 음압병동에 격리돼 있으며 검사 결과가 확인될 때까지 응급실을 폐쇄한다”고 밝혔다. 31번 환자는 지난 16일 교인 460여명과 함께 예배를 올렸다.

일각에서는 이미 지역사회 내 감염 의심 사례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방역당국이 선제적으로 코로나19 환자를 걸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31번 환자는 입원 도중 발열 증상에 영상 검사상 폐렴도 있었지만 코로나19 검사가 진행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에서 폐렴 증상이 나타난 이후 보건소 검사를 권유했지만 환자가 해외 여행력이 없고 확진자를 만난 적도 없어 검사를 원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재 병원은 건물 입구를 승용차로 막고 주차장 입구도 닫았다. 병원 내 환자는 대구의료원 등으로 이송했다. 환자가 다녀간 대구 동구 퀸벨호텔은 이날부터 휴업에 들어갔으며 보건소 역시 1~3층 민원실을 폐쇄하고 접촉 직원 등은 자가격리 조치했다. 직장 C클럽과 신천지대구교회도 폐쇄됐다.

한편 이날 부부인 12번 환자(48세, 중국인 남성)와 14번 환자(40세, 중국인 여성)가 퇴원해 퇴원 환자는 12명으로 늘었다./이주원·우영탁기자 joowonmail@sedaily.com

이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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