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수사·기소 분리 검사장회의로 어물쩍 넘길일 아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찰 내 수사와 기소 주체 분리 방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추 장관은 최근 검사의 독단을 줄여야 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이 같은 방안을 내놓았다. 이에 윤석열 검찰총장이 “수사와 기소는 한 덩어리”라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럼에도 추 장관은 조만간 전국검사장회의 등을 거쳐 수사·기소 분리를 추진할 방침이다. 법무부는 당초 21일 검사장회의를 개최하려다가 코로나19 대응을 이유로 잠정 연기했으나 “회의를 반드시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검찰 간부들을 교체했기 때문에 검사장회의를 통해 추 장관의 뜻을 관철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다수의 검사는 “검사장회의 내용을 모두 공개해 발언을 왜곡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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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자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수사·기소 분리는 답이 아니다”라며 제동을 걸고 있다. 반대하는 첫째 이유는 수사·기소를 분리하면 권력 비리 수사가 어렵다는 것이다. 과거 정권에서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팀장을 맡아 법무부의 수사방해를 경험한 윤 검찰총장도 이같이 생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추 장관이 검찰 간부 좌천 인사, 직접수사 부서 축소, 공소장 비공개에 이어 수사·기소 분리를 추진하는 것은 권력수사 방해 의도에서 나온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또 검찰 내부의 수사·기소 분리는 해외에서도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법무부·검찰청 차원의 훈령이나 규정 등 행정규칙 변경을 통해 얼렁뚱땅 처리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지적한다. 수사·기소 분리 도입 자체가 잘못된 것이지만 굳이 강행한다면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등의 법률 개정을 통해 시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법학자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사안이므로 국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 국회의 법률 개정을 통해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형사사법체계의 근본적 변화를 가져오는 사안을 검사장회의 등 요식절차를 거쳐 어물쩍 넘기려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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