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한국시간) 끝난 2019~2020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넉아웃 스테이지 첫 일정의 최대 화제는 단연 독일발 ‘젊은 물결’이다. 라이프치히는 이날 토트넘 원정으로 치른 16강 1차전에서 1대0으로 이겼다. 도르트문트도 전날 홈에서 ‘부자구단’ 파리 생제르맹(PSG)을 2대1로 잡고 8강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라이프치히는 지난 2009년 창단한 젊은 구단이다. 10년 전만 해도 5부리그 소속이던 팀이 승격을 거듭해 2016~2017시즌 1부리그인 독일 분데스리가에 안착했다. 분데스리가 2위를 달리고 있는 올 시즌에는 창단 후 처음 밟은 챔스 16강에서 지난 시즌 준우승팀 토트넘을 상대로 기선을 제압했다. 이날 페널티킥 결승골을 넣은 분데스리가 득점 2위 티모 베르너만큼이나 유명한 인물은 바로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이다. 서른세 살에 불과한 나겔스만은 2017~2018시즌 호펜하임을 분데스리가 3위에 올려놓은 뒤 올 시즌 라이프치히로 옮겨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조제 모리뉴 감독에 버금갈 정도로 전술에 해박해 ‘베이비 모리뉴’라는 별명으로도 불리는 그는 이날 ‘진짜 모리뉴’와의 맞대결에서 먼저 웃었다. 16강 2차전은 다음 달 11일 라이프치히 홈구장에서 열린다.
라이프치히의 비약적인 발전은 모기업의 막강한 자금력이 뒷받침되고 있다. 라이프치히의 모기업은 세계적인 스포츠음료회사 레드불이다. 매년 171개국에서 70억캔씩 판매되는 레드불은 지난해 포브스 선정 최고 가치 브랜드 71위에 오르기도 했다. 다만 비판적인 의견도 많다. 비판론자들은 팀 자체나 팬들이 구단 지분의 51% 이상을 가져야 한다는 분데스리가의 ‘50+1 룰’을 레드불이 사실상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라이프치히의 1부 승격 첫 홈경기였던 도르트문트전에서는 도르트문트 원정 팬들이 보이콧에 나서기도 했다. 이후 맞대결에서도 도르트문트 팬들은 그라운드에 음료 캔과 돌을 던지며 극렬하게 항의했다. 라이프치히에는 여전히 ‘공공의 적’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라이프치히가 ‘독일에서 가장 미움받는 구단’이라면 도르트문트는 홈 관중 세계 1위의 인기 구단이다. 지난 시즌 8만820명이던 홈 평균 관중은 올 시즌 8만1,132명으로 더 늘었다.
분데스리가 3위인 도르트문트는 2위 라이프치히와 1위 바이에른 뮌헨을 각각 승점 3, 4점 차로 쫓고 있다. 챔스에서는 네이마르, 킬리앙 음바페가 버티는 PSG에 ‘한 방’을 먹였다. 도르트문트 간판들은 영건 중의 영건이다. 분데스리가 득점 3위의 제이든 산초와 PSG전에서 혼자 두 골을 넣은 엘링 홀란드는 이제 겨우 스무 살이다. 홀란드는 도르트문트 이적 후 7경기 11골의 경이로운 골 폭죽을 터뜨리고 있다. PSG전 후반에 교체 투입돼 홀란드의 결승골을 도운 지오바니 레이나는 열여덟 살이다. 2002년생 레이나를 지난달 분데스리가에 데뷔시킬 만큼 도르트문트는 유망주 육성을 중시한다. 유스 정책을 총괄하는 도르트문트 미드필더 출신 라스 리켄은 “슈퍼스타를 사는 대신 슈퍼스타를 창조하는 것이 도르트문트 구단의 기조”라고 말한다. 도르트문트는 지난해 1월 공격수 크리스티안 풀리시치를 5,800만파운드(약 897억원)에 첼시에 팔았고, 올여름 이적시장에서 대어로 꼽히는 산초에게는 최소 1억파운드(약 1,546억원)의 ‘가격표’를 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르트문트와 PSG의 16강 2차전은 다음 달 12일 파리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