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투자증권의 주요 주주였던 공무원연금공단 등 기관투자가들이 지분을 모두 팔았다. 지난 2013년 울며 겨자 먹기로 지분을 취득한 지 6년 만이다. 높은 수익을 얻지는 못했지만 일단 재무적투자자(FI)들은 골치였던 투자회사의 지분을 처분했고 리딩투자증권은 우리사주조합 지분 확대라는 측면에서 나름의 윈윈 효과도 있었다는 평가도 있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공무원연금공단과 교직원공제회·KDB생명은 지난해 말 보유하고 있던 리딩투자증권의 지분을 모두 처분했다. 이들이 갖고 있던 주식은 △공무원연금공단 1,316만5,095주(지분율 9.83%) △교직원공제회 877만6,730주(6.56%) △KDB생명 544만1,572주(4.07%)다. 지분이 많았던 공무원연금공단은 2대 주주였다.
이들이 증권사의 주식을 투자목적으로 보유한 것은 아니었다. 사연은 이렇다. 공무원연금공단 등은 2007~2008년 유한책임투자자(LP)로 IWL파트너스가 조성한 사모펀드에 투자했다. 펀드는 W저축은행과 리딩투자증권의 대주주로 있었다. 하지만 저축은행 부실사태로 W저축은행이 영업정지 등 어려움을 겪으며 만기까지 자금 회수에 실패, 청산 절차를 밟았다. 이들은 결국 2013년 투자원금 대신 리딩투자증권 주식을 현물로 받았다. 포트폴리오 투자를 중시하는 기관들이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린 의외의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리딩투자증권은 대주주의 경영상 어려움으로 시장에 매물로 나왔고 2016년 김충호 현 대표와 임직원, 외부 기관투자가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한 CKK파트너스가 경영권을 인수했다. 증권 업계 첫 MBO(경영진과 임직원에 의한 회사 인수) 방식 인수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당시 CKK파트너스가 공무원연금공단 등 FI의 지분을 인수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지분매각은 이뤄지지 않았다.
기관투자가들은 이후 기업공개(IPO) 등 투자금 회수 기회를 엿보았으나 기업가치 등의 문제로 여의치 않았고 마침내 지난해 12월 우리사주조합(지분율 7.16%)과 디와이엘디제이차(9.15%) 등에 지분을 매각했다. 디와이엘디제이차는 김 대표가 자금을 모아 조성한 투자용 유한회사로 알려졌다. 기관투자가들은 투자원금 대비 큰 수익을 거두지는 못했다.
MBO 방식으로 사실상 임직원이 최대주주인 리딩투자증권 입장에서도 우리사주조합 지분 확대라는 소득을 거뒀다. 2016년 이후 IB 사업 중심으로 꾸준한 영업이익을 내는 상황에서 비교적 저렴하게 자사 지분을 확보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리딩투자증권 측은 “과거 MBO 인수 당시 참여하지 못했던 직원들도 있었다”며 “이번 (우리사주조합의) 지분 인수가 직원들의 주인의식과 회사의 책임감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