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영향에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지만 오히려 빚을 내 투자에 나서는 개인은 늘고 있다. ‘바이러스 리스크’에도 국내 증시의 중장기적인 방향성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투자자들이 주가가 박스권에 갇혀 있을 때 돈을 빌려서라도 투자에 나서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빌린 돈의 상당수가 ‘코로나19’ 확산과 관련이 있는 종목에 투자돼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유가증권 및 코스닥시장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올 들어 최고 수준인 10조4,627억원을 기록했다. 신용융자 잔액은 지난해 6월28일(10조4,701억원) 이후 최대 규모이기도 하다. 신용융자 잔액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 투자에 나선 자금이다. 주식 매수금액의 40%를 보증금으로 내면 나머지를 증권사로부터 빌릴 수 있으며 대개 개인들이 이용한다.
신용융자뿐 아니다. 예탁증권담보융자 잔액도 17조8,791억원(19일 기준)을 기록하면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신용융자와 예탁증권담보융자를 합치면 ‘빚내서 투자(빚투)’한 자금은 28조원이 넘는다.
‘증시 빚투’가 늘어난 것은 단기적으로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대체로 신용융자 잔액 증감은 지수 움직임과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하인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신용융자 잔액은 증시 방향성과 동행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실제로 지난해 코스피지수가 바닥을 찍은 후 신용융자 잔액도 증가세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 증시가 절정을 기록했던 2018년 1월 신용거래융자는 사상 처음으로 11조원을 돌파한 뒤 그해 6월까지 12조6,000억원을 넘어섰다. 반면 지난해 8월 코스피지수가 1,900선까지 떨어지자 신용융자 잔액은 8조원대까지 줄었다.
문제는 ‘코로나19’ 확산 여부에 따라 증시가 심하게 출렁거리고 있다는 점이다. 자칫 단기간에 주가가 급락할 경우 평균 연 9% 안팎의 높은 이자 부담에다 주가 하락분에 원금 상환까지 부담이 두세 배 가중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최근 코로나19의 국내 확산 우려가 다시 커지면서 단기적인 증시 방향성을 긍정적으로만 보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로 주가 하락 여부를 가늠하는 기준으로 삼는 공매도 잔액 비중은 최근 0.7%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주식을 빌리고 상환하지 않은 대차거래 잔액은 14일 기준 73조2,000억원대까지 확대된 만큼 앞으로의 상황을 전망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최근 신용융자를 받아 투자한 자금이 변동성이 큰 우선주나 ‘코로나19’ 관련 종목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 우려를 더 키우고 있다. 6일부터 19일까지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신용융자 증가율이 높은 상위 종목에는 삼양홀딩스 우선주와 하이트진로홀딩스 우선주, CJ 우선주 등 우선주가 자리 잡고 있으며 깨끗한나라(004540)·웰크론(065950) 등 ‘코로나19’ 관련 테마주들이 이름을 올려놓은 상황이다. 해당 기간 웰크론 13.4%, 깨끗한나라 29.8%, CJ우(001045)선주는 10.25% 급등했지만 하루에 10% 가까이 급등락하는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기도 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증시의 방향성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것은 사실이지만 전문가들도 단기적으로는 주가 향방을 언급하기 어렵다”며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는 만큼 단기 급등을 노리고 빚을 내서까지 투자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