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로 통근하는 A씨는 퇴근길에 출출해져 차량 내 내비게이션으로 집 근처 맥도날드 드라이브스루(DT) 매장을 검색했다. 목적지를 설정하고 근처에 도착하자 내비게이션 화면에 ‘카페이(Car pay)’를 사용하겠느냐고 묻는 알림창이 떴다. ‘예’를 누르고 주문을 마치자 카페이 간편결제 시스템에 연동해놓은 현대카드로 자동 결제가 이뤄졌다. A씨는 차에 탄 채로 주문한 음식을 받아 집으로 향했다. 주문부터 결제, 음식을 받기까지 차에서 한 발짝도 내릴 필요 없이 모든 과정이 끝났다.
현대카드가 현대자동차와 카페이 가맹점 확대를 추진함에 따라 앞으로 패스트푸드 DT 매장에서 A씨처럼 차량으로 신용카드 간편결제를 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21일 카드 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현대차그룹이 독자 개발한 차량 내 간편결제 시스템(ICPS·In Car Payment System) 플랫폼, 이른바 카페이의 가맹점을 맥도날드·버거킹 등 DT 매장을 보유한 패스트푸드 체인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현대카드의 한 관계자는 “어느 점포에 우선 적용할지, 언제부터 적용이 가능할지 등을 포함해 제반 사항을 협의하고 있다”며 “패스트푸드 체인 외에도 카페·베이커리 등 DT 매장이 있는 다른 분야 가맹점으로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페이는 지난 1월 출시된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80에 탑재되면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외부 결제 플랫폼을 사용해 스마트폰 간편결제와 큰 차이가 없었던 해외 서비스와 달리 차량 안에 직접 신용카드 정보를 등록해 가맹점에서 바로 결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완전체’ 카페이 서비스로 주목받았다. 현대카드 외에도 신한·삼성·하나·비씨·롯데카드 등 총 6개 카드사의 신용카드를 최대 5장 등록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 상반기 안에 5세대 와이드 내비게이션이 장착된 현대·기아차의 모든 모델로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현재 제네시스 카페이는 일부 SK에너지 직영 주유소 및 ‘파킹클라우드’와 제휴를 맺은 주차장에서 이용할 수 있다. 현대카드는 DT 매장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기에 앞서 카페이로 간편결제할 수 있는 제휴 주유소와 주차장을 늘리는 데 힘쓰고 있다.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토스·삼성페이 등 핀테크·빅테크의 페이 서비스가 결제 시장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이 커지는 가운데 따라오기 힘든 카페이 플랫폼으로 간편결제 경쟁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신한은행도 자체 간편결제 서비스 강화에 무게를 싣고 있다. 신한은행은 계좌이체 기반 자체 모바일 결제 솔루션인 ‘쏠(SOL)페이’의 범용성을 넓히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해외 진출 시도는 처음으로 신한은행은 오는 4월 시행을 목표로 일본·대만 현지 가맹점에서도 쏠페이로 결제가 가능하도록 해외 연동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다. 오픈뱅킹에 발맞춰 올 상반기 안에 쏠페이의 연동 범위를 타 은행 계좌로 넓히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쏠페이에 타행 계좌를 등록해 결제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기존 금융사들이 간편결제 플랫폼을 운영하면서도 고객유출을 우려해 자사의 계좌·카드만 등록할 수 있도록 폐쇄적으로 운영해왔던 것에 비하면 혁신적인 변화다.
KB국민카드 역시 최근 개방형을 지향한 통합 간편결제 플랫폼 ‘KB페이(가칭)’ 구축에 나서기로 했다. 기존 ‘앱카드’ 서비스 고도화에서 한발 더 나아가 다양한 간편결제 수단을 모두 담고 은행·손해보험 등 KB금융 계열사는 물론 외부 페이 업체들의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이제까지 해온 ‘자기 고객 지키기’ 식으로는 페이 경쟁에서 이기기 어렵다”며 “철저히 소비자 편의 중심 시각에서 플랫폼 자체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