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대법 “노사가 포괄임금제 합의했어도 실제 업무와 다르면 무효”




노사가 매월 일정액의 수당을 기본임금에 포함해 지급하는 포괄임금에 합의를 했더라도 실제 업무에서 다르게 지급하고 있다면 포괄임금제의 효력을 상실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버스회사 운전기사로 일하는 A씨 등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A씨 등은 격일제 형태로 1일 5회 정해진 노선을 운행하며 근로시간은 평균 1회 운행시간을 고려해 1일 총 17시간 또는 19시간으로 사측과 포괄임금제에 합의했다. 하지만 A씨 등은 시간외근무수당, 야간근무수당, 휴일근무수당, 연차수당 등 법정수당을 계산할 때 기본이 되는 통상시급을 다시 산정해 추가로 임금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사측은 “미리 근로자들과 연장근로, 야간근로, 휴일근로시간 등을 약정하고 포괄임금제로 임금을 지급해 왔고 이를 단체협약과 임금협정에도 명시했다”며 각종 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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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은 “회사의 단체협약과 임금협정서를 보면 임금을 기본급과 여러 수당으로 명백히 구분하고 있고 월별 보수액도 근무일수에 따른 기본급에다 여러 수당의 금액을 합산해 산정돼 포괄임금제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2심은 “임금협정서에 ‘운행 시 정확하게 산정하기 어려운 근로시간, 격일제 운행제 특성을 고려해 모든 수당을 포함한 포괄임금제로 한다’는 명시적인 노사 합의가 있었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대법원은 또 다시 하급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 승소 취지로 파기환송을 내렸다. 대법원은 “임금협정서는 기본급과 별도로 연장근로수당과 야간근로수당을 세부항목으로 나눠 지급하고 있다”며 “급여명세서에도 세부항목별로 금액을 표시하고 있는 점을 볼 때 회사는 세부항목별로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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