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서울교육청, 사상 첫 전체 학원 휴원 권고…효과 있을까?

2만 5,000곳 달하는 전체 학원에 휴원 강력 권고

의무사항 아니라 어겨도 제재 수단은 없어

학부모들 영업지속 학원 ‘블랙리스트’ 만들기도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고등학교 외벽에 설치된 전광판에 개학식 연기 안내문이 나오고 있다./연합뉴스24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고등학교 외벽에 설치된 전광판에 개학식 연기 안내문이 나오고 있다./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교육부와 서울 등 일부 교육청이 학원 전체에 휴원 권고를 내렸다. 감염병 확산에 특단의 조치를 발표한 것인데 의무사항이 아닌 탓에 대형 학원을 중심으로만 휴원이 진행돼 학부모들의 불안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영업을 이어가는 학원을 대상으로 학부모들이 ‘블랙리스트’를 만드는 등 단체항의를 벌이는 혼란도 나타나는 상황이다.

24일 서울시교육청은 서울 소재 사설 학원과 교습소 전체에 대한 휴원 권고를 발표했다. 그동안 교육청의 휴원 권고는 코로나19 확진자 동선과 연관이 있는 학원·교습소에 한해서 이뤄졌는데 그 대상이 전체 사설 교육기관으로 확대된 것이다. 감염병을 이유로 서울교육청이 모든 학원에 휴원 권고를 내리는 것은 메르스·사스 때도 전례가 없는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사전에 학원·교습소 연합회 등과 만나 휴업 권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협조하겠다는 응답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서울 소재 학원과 교습소는 각각 1만 4,974곳, 1만 280곳에 달한다. 교육청은 학원과 별개로 직접 운영하는 도서관, 평생학습관 등을 대상으로는 무기한 휴원을 시작했다.


문제는 교육청의 학원 휴원 권고가 의무사항이 아니라는 점이다. 현행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 교습에 관한 법률’(학원법)에 따르면 교육부는 물론 각 시도교육청을 포함한 교육 당국은 학원에 휴원 명령을 내릴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따라서 이번 서울교육청의 휴원도 학원장 의지에 따라 어길 수 있는 권고 사항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해 교육청 관계자도 “학원·교습소 연합회의 협조 의사와 별개로 개별 학원들이 영업을 이어가겠다고 하면 막을 수 있는 대책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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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학원들의 휴원 양상도 여유가 있는 대형학원과 소규모 학원이 다른 대응 방식을 보이고 있다. 학원가에 따르면 강남 대성학원과 청솔학원 등 대형학원들은 이날부터 일주일 동안 휴원하기로 했다. 종로학원도 25일부터 3일간 휴원할 예정이다. 청솔학원을 운영하는 이투스교육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악화되면 휴원 기간이 연장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유가 있는 대형학원들과 달리 소규모 학원들은 강사비와 임대료 탓에 휴원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마포구에서 피아노 학원을 운영하는 한 원장은 “맞벌이 학부모들 중에서는 아이를 학원에 계속 보내겠다는 경우도 많다”며 “당장 학원을 쉴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학부모들 중에서는 영업을 이어가는 학원을 대상으로 집단 항의를 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이날 강남의 모 학원은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고 3학생들은 한 주 일찍 학업을 시작해야 한다’는 광고성 문자를 보냈다가 학부모들의 집단 항의를 받았다. 전날 교육부가 3월 9일로 개학을 1주일 연기하고 학원에 대해서도 휴원을 권고했는데 이번 학원의 홍보가 무책임한 영업행위라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일부 학부모들은 영업 연기를 하지 않은 학원들의 목록을 만드는 등 ‘코로나19 블랙리스트 학원’까지 나타나는 상황이다.

현재 어린이, 청소년 가운데 코로나19에 걸리는 사례도 늘고 있어 교육계의 혼란은 커지는 형국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23일 기준 초등학생 1명, 중학생 3명, 고등학생 2명, 대학생 10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는 초등학교 입학예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긴급 돌봄과 대학 중국인 유학생 수용 추가 대책 등을 논의 중이다.


이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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