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크리켓

인도가 영국 식민 지배를 받고 있던 1857년. 극심한 가뭄에도 세금이 두 배나 오르자 마을 주민들은 영국 장교를 찾아가 세금 인하를 요청한다. 장교는 크리켓 경기에서 마을 주민들이 이기면 세금을 3년간 면제하고 자신들이 이기면 세 배로 올리겠다고 제안한다. 마을 주민들은 피나는 연습 끝에 영국팀을 꺾는 이변을 일으킨다. 2001년 인도에서 인기를 모았던 영화 ‘라간’의 내용이다. 라간은 힌두어로 ‘세금’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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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 스포츠의 대명사인 크리켓은 13세기경 영국에서 시작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1719년 영국에서 첫 경기가 개최됐고 1787년에 영국 크리켓 연맹본부가 설립됐다. 영국의 식민 지배가 한창이던 19세기에 세계 각국으로 퍼져 나갔는데 인도 상류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다. 배트와 공으로만 이뤄진 운영방식 덕분에 신체 접촉을 금하는 카스트제도 내에서 선호했고 인도 전역에서 유행하게 됐다. 1880년부터는 영국과 인도의 국가 간 대결 종목이 되면서 인도인의 애국심을 고취하는 역할도 했다. 해방 후에도 명성을 이어가자 2008년에 ‘인도크리켓프리미어리그’까지 도입됐다. 매 경기 TV 시청자가 평균 1억7,000만명에 달할 정도로 뜨거운 인기를 누리면서 인도의 국민 스포츠로 자리를 잡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 아메다바드의 세계 최대 크리켓 경기장 ‘사르다르 파텔 스타디움’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하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최대 11만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이 경기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에 맞춰 처음 문을 열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지난해 9월 미국에서 조우한 데 이어 두 번째로 만나 긴밀한 유대 관계를 대내외에 뽐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세력을 넓히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인도에서는 아메다바드의 빈민가를 보이지 않기 위해 가림막을 설치하고 10만명의 환영 인파가 운집하는 등 과잉 환대에만 신경 쓰느라 국민의 삶은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미국도 인도도 중국 굴기가 어지간히 신경 쓰이는 모양이다.
/정민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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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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