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복심이자 문재인 정권 국정 실무 총책이었던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25일 구로구에 위치한 선거 사무소에서 만났다. 윤 전 실장은 4·15 총선 구로을 지역구에 출마 선언을 하고 예비후보 자격으로 선거 운동을 하고 있다. 아직 공천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3선 중진의 김용태 의원이 미래통합당 후보로 확정되면서 윤 전 실장 공천으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구로, 쪽방과 아파트가 공존…민주당, 낮은 자세로 국민 목소리 들어야”
윤 전 실장을 만난 구로구 지역 사무실은 통유리로 돼 있어 이 지역이 한눈에 들어왔다. 윤 전 실장은 창문 밖을 가리키며 “사무실 뒤는 전부 아파트지만, 저기 경인선을 넘어가면 아직 쪽방촌이 있다. 바로 옆에는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공구상가와 인력시장이 있는데 다른 한편에는 정보기술(IT) 단지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만큼 다양성이 존중되는 곳이기에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생각했다”며 구로 지역에 출마를 결심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지역 민심을 묻자 코로나 19 사태로 제대로 된 선거운동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윤 전 실장은 “여당이 잘하고 있다고는 못하겠다”며 “하지만 더 화가 나는 것은 야당이 코로나 19 사태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려고만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여당에서 선거운동 잠정중단을 선언하면 야당도 화답해야 한다고 본다”며 “야당이 계속 정치공학적으로 유리한 쪽으로만 해석하려 하니 정치에 대한 불신과 냉소가 깊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당의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 고발 취하 논란과 관련해서는 “당이 좀 더 낮은 자세로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본다”며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에 있어 좀 더 세련돼야 했다”고 지적했다. 강성 친문 지지자들에 대한 당 안팎의 우려와 관련해서는 “대통령을 정말 좋아하는 분들, 안 좋아하지만, 민주당을 사랑하는 분들의 의견을 모아 조화롭게 정책을 결정하고 여론을 이끌어가는 게 당의 역할”이라면서 “당이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내면 해결될 일”이라고 말했다.
◇“21대 국회서 공무원 개혁부터…남북 관계 지렛대 역할 하겠다”
‘국회의원 윤건영’으로서의 청사진은 무엇일까. 윤 전 실장은 21대 국회 원내 진입에 성공한다면 공공 부문 개혁에 앞장서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들이 ‘공무원’ 하면 철밥통을 떠올리는데 공무원이 혁신하고 변화하지 않으면 정부 정책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본다”며 “대통령이 아무리 바뀌어도 공무원이 바뀌어야 정책과 공약이 국민에게 바로 전달된다. 우리나라는 직업공무원제라서 그런 부분이 녹록지 않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로 두 차례나 북한을 다녀온 경험을 살려 남북관계 복원의 지렛대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윤 전 실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해 미국이 대선 국면으로 속도를 내고 있는데 비핵화 국면에 썩 유쾌한 상황은 아닌 것 같다”며 “코로나 19 사태가 극복된다면 우리를 비롯해 (당사국들이) 움직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북한 개별 관광 추진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윤 전 실장은 “금강산 관광이 끊어진 게 2008년으로 12년이 지났다”며 “북의 입장을 고려하든, 우리 입장을 고려하든 개별 관광이 갖는 의미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마식령이나 양덕 온천 등 일부 지역을 먼저 풀고 확산하는 정도라면 북한도 동의가 될 것”이라며 “2018년에 남북 관계가 순풍을 타다 2019년 다시 북미 관계가 좀 꼬였는데 2020년에 꼬인 실타래가 어디서든 한번 풀리면 술술 풀릴 수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이어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는 정권 후반기에 정상회담을 했지만, 우리 정부는 일찍이 성과가 있었다”며 “실타래만 풀리면 잘 될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제 성과, 국민 기대치 채우지 못해…부동산 정책은 일관성이 중요”
소득주도성장론을 핵심으로 하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와 관련해서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기간에 굉장히 왜곡되고 편협한 정책과 가치의 흐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부분적으로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간 게 지난 2년 반”이라고 평가했다. 윤 전 실장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가 나타났는가, 서민의 민생이 좋아졌느냐는 부분에 대해서는 여전히 국민의 기대치를 채워주지 못한 게 있었다”며 “올해는 체감이 돼야 하는 시기인데 코로나 19 사태 때문에 어려움이 많아져서 걱정이 된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서는 “부동산을 경기 부양책으로 삼지 않았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윤 전 실장은 “거시 정책을 하다 보면 경기 부양을 해야 하는 상황과 환경에 처하게 돼 이러저러한 유혹이 있다”며 “그러나 부동산만큼은 경기 부양 수단으로 써선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과거 노무현 정부 때 부동산 가격이 급등해 부동산 대책을 과감하게 많이 내놨다”며 “당시 내놓은 부동산 대책 영향으로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부동산이 상당한 안정 기조를 이어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러나 박근혜 정부 들어 이른바 빚내서 집 사자는 초이노믹스가 나왔다”며 “부동산 정책은 옳고 그름을 떠나 그 흐름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후과가 지금 나타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