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시중에서는 마스크 품귀 현상이 더 가속화하고 있다. 대형마트 등에서는 새벽부터 줄을 서도 마스크 한 장 사기 어렵다. 정부는 중국 수출을 까다롭게 해 국내 마스크 수급에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고 장담했지만 철석같이 믿었던 국민들만 바보가 됐다. 정부의 장담에도 국내 마스크 품귀 현상이 이어지는 것은 중국으로 수출되는 마스크 물량이 코로나19 이후 급증했기 때문이라는 게 수치로 확인됐다. 25일 서울경제가 관세청과 한국무역통계진흥원의 덴탈·보건용 마스크를 포함한 ‘HS코드(무역거래 상품분류코드)’ 수출입 실적을 분석한 결과 이달 하루 평균 중국으로 수출한 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258배, 수출중량은 88배나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HS코드는 무역거래를 할 때 상품분류를 위해 부여하는 코드로 덴틀·보건용 마스크 등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달 들어 지난 20일까지의 마스크 수출금액은 1억1,845만달러로 하루 평균 592만2,560달러에 달했다.
지난해 2월 한 달 동안의 수출금액이 64만2,000달러, 하루 평균 2만2,929달러였던 것을 감안하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으로 수출되는 물량이 폭증한 것이다. 수출품의 무게를 기준으로 한 중량 역시 급증했다. 같은 기간 하루 평균 수출중량은 8만3,549㎏, 총수출중량은 167만975㎏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2월 하루 평균 수출중량 946㎏, 총수출중량 2만6,500㎏과 비교하면 어마어마한 차이다.
특히 1월 대중국 마스크 수출금액은 135만3,000달러, 수출중량은 133만1,494㎏였지만 이달 20일까지의 누적 수출중량과 수출금액이 이를 모두 넘어섰다. 그만큼 국내 마스크가 중국으로 대량수출되고 있는 것이다. 마스크 유통업체인 네오메디칼의 이상돈 대표는 “기존에는 100만장가량 재고가 있었다면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재고는 2~3일 만에 다 팔리고 현재는 2만장 정도만 겨우 공급받아 판매하고 있다”며 “지난해만 하더라도 300원대이던 공급가를 중국 측에서 2,000원까지 올려놓아 유통업체들도 마진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5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직접 “대량의 마스크를 국외로 반출할 경우 간이수출절차를 정식 수출절차로 전환해 국외 대량 반출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지만 정부의 마스크 국외 반출 차단 정책이 전혀 효과를 내지 못한 것이다. 이렇다 보니 국내에서는 마스크를 사려 해도 새벽부터 긴 줄을 서야 하고 한번에 1~2개만 살 수 있는 등 품귀 현상이 해소되지 않는 실정이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정모(46)씨는 “대구의 친인척이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직접 전화를 해서 마스크를 구해줄 수 없느냐고 물어올 정도”라며 “정부는 수급에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시중에서는 마스크를 구할 수 없는 이런 상황을 누가 이해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정부는 이제야 수출금지 등의 추가 조치를 내놓으며 마스크 품귀에 따른 민심 대응에 나섰다.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이날 “26일 0시부터 마스크 판매업자의 수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생산업자의 수출량도 당일 생산량의 10%로 제한하는 긴급수급조정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국세청장도 마스크 제조업체 41개와 온·오프라인 유통업체 222개 등 263개 마스크 관련 업체들에 대한 긴급점검을 지시했다. 하지만 원부자재 조달에 차질을 빚는 마스크 제조업체들이 생겨나고 있어 마스크 대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마스크 업체 관계자는 “마스크 수요는 넘쳐 나지만 중국 현지 물류가 원활하지 않아 원부자재 조달마저 쉽지 않다”며 “재고가 없으면 최악의 경우 마스크 생산을 중단해야 할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