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옆에 갈릴리 호수가 있어 산책하려고 했는데 현지인이 ‘고홈(Go Home)’ ‘고홈’ 하더라고요.”
자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이스라엘 당국이 한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내린 가운데 이스라엘이 마련한 전세기편으로 25일 귀국한 70대 관광객 A씨는 인천국제공항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이스라엘 사람들이 한국인은 보균자라며 우리를 피하더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현지 호텔에서 외출이 자유롭지 못했고 호텔 관리인들이 한국인들을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감시하는 것 같았다”며 “현지에서 ‘한국인은 안 된다’며 데모가 일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관광객 약 410여명은 이스라엘 국적기 1·2차 전세기를 통해 이날 오전과 오후에 나뉘어 인천국제공항 도착했다. 전세기에 탄 승객 대부분은 중장년층이었고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계획했던 여행을 마치지 못한데다 장시간 비행으로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이들은 건강상태질문지에 ‘발열·호흡기 증상’ 여부 등을 스스로 표시하고 연락처를 확인받는 간단한 검역 절차를 거쳤다.
교회 동료들과 이스라엘로 단체 성지순례를 갔다 전세기를 통해 일정을 앞당겨 귀국한 B씨는 “나는 계획한 장소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여행하기는 했지만 일부 한국인은 이스라엘 현지 호텔에 갇혀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현지에서 8박 9일 일정으로 한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성지순례를 안내하기로 한 C모 선교사는 하루 일정을 소화한 후 바로 현지 호텔에서 2일 정도 격리됐다 입국했다. 그는 “호텔에서 격리된 후 비행기를 타고 올 때까지 현지 당국이 비교적 세심하게 식사 등을 전달해줬다”며 “다만 베들레헴 같은 도시의 호텔의 경우 한국인을 들여보내지 않아 버스에서 잔 한국 관광객도 있다”고 했다.
이날 전세기가 아닌 직접 비행기 표를 구해 입국한 60대 관광객도 현지 분위기가 심각하다고 전했다. 그는 이스라엘에서 우즈베키스탄을 경유해 한국에 도착했다. 그는 “20일 출국해 27일 입국예정이었는데 바로 호텔에서 격리조치를 당해 일정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며 “갈릴리 지역에서 식당 출입을 거부당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인천=한동훈·이승배기자 hoon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