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호텔롯데 대표이사직에 이어 롯데쇼핑(023530)과 롯데칠성(005300)음료 사내이사직에서도 물러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다음달 22일 롯데쇼핑 사내이사 임기 만료를 앞두고 지난해 말 사임계를 냈다. 이에 따라 다음달 예정된 롯데쇼핑 주주총회에서는 신규 사내이사가 선임될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이 지난 2000년 그룹의 핵심 유통계열사인 롯데쇼핑 등기임원에 오른 지 20년 만이다. 또 다른 상장 계열사인 롯데칠성 사내이사직에서도 사임한다. 애초 롯데칠성에서 신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였다.
이는 지난해 10월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신 회장의 형이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으로 확정되면서 계열사들의 사법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그룹 내 여러 계열사의 이사직을 겸해 국민연금 등으로부터 ‘과다 겸직’ 비판을 받아온 점도 부담이 됐다.
롯데그룹이 지주사 체제를 출범한 후 각 계열사의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화한다는 의미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롯데쇼핑은 전문경영 체제가 안착한 계열사로 꼽힌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사업부문별 대표 체제를 ‘강희태 원톱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롯데그룹의 한 관계자는 “점포 구조조정에 돌입한 강 대표에게 신 회장이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신 회장은 지난달 롯데건설과 호텔롯데 대표이사직에서도 사임했다. 이로써 신 회장은 롯데지주(004990)·롯데제과(280360)·롯데케미칼(011170)·캐논코리아·에프알엘코리아 등 5개사에서만 사내이사직을 유지하게 됐다. 비주력 계열사인 캐논코리아와 에프알엘코리아를 제외하면 상징성이 있는 3개사에서만 사내이사직을 유지하게 되는 셈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그룹을 총괄하는 지주사와 그룹의 모태인 제과, 미래 성장동력인 화학에서만 대표이사로서 경영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신 회장은 호텔롯데 등 일부 계열사에서는 비등기임원 자격을 유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