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염력이 폐쇄병동과 같은 감염병에 취약한 시설에서는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높은 메르스의 최소 12배, 사스의 3배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대구·경북 지역에서 장기간 정신병동에 입원한 환자, 기저질환을 가진 사람에게서 집중적으로 코로나19가 발병된 것으로 분석됐다. 의료계에서는 코로나19에 취약한 계층을 고려해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방역당국은 현재 대구에 파견된 역학조사관 및 의료진에 청도대남병원 등에서의 코로나19의 감염재생산지수(R0) 값을 12라고 알렸다. 감염재생산지수는 환자 1명이 몇 명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이 수치가 4라면 한 사람이 4명을 감염시키고 이 4명이 각각 4명씩 모두 16명에게, 또 이 16명이 다시 4명씩 64명에게 전파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같은 코로나바이러스로 침방울을 통해 전염이 이뤄지는 메르스·사스의 감염재생산지수는 각각 0.4~0.9, 4로 알려져 있다. 공기 전파가 가능해 전염력이 훨씬 높은 홍역의 감염재생산지수가 12~18이다. 기존에 알려진 코로나19의 국내 감염재생산지수는 1.4~3.7이다. 메르스에 비해 최소 12배가량 감염력이 높다는 얘기다. 방역당국은 폐쇄병동에는 장기간 입원해 면역력이 크게 떨어진 환자가 대부분인데다 장애인 등 기저질환이 있던 환자들도 많았기 때문에 대남병원을 비롯한 대구·경북 지역의 요양병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전날 정례브리핑이 끝난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전염력은 지역과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취약계층이 많은 폐쇄병동(대남병원)과 같은 시설은 환기가 잘 되지 않는 등 감염재생산지수가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의료계에서는 장기간 정신병동에 입원한 환자의 경우 전염력뿐 아니라 치사율까지 20% 이상으로 높아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날 기준 사망자 12명 중 7명이 청도대남병원에서 발생했다. 정신병원의 특성상 창문이 없고 출입구가 닫혀 있어 환기가 잘 되지 않아 한번 바이러스가 들어올 경우 전파력은 커진다. 자해의 위험 때문에 환자들이 공용화장실을 사용하고 알코올 세정제를 병실에 비치하기도 어렵다. 그 결과 이들 환자의 면역 기능이 떨어져 사망률도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고임석 국립중앙의료원 진료부원장은 “청도대남병원에서 이송돼 사망했던 환자의 경우 대남병원에서 온돌 생활을 해 이송 후에도 계속 바닥으로 내려가려고 했다”며 “환자가 마스크를 계속 벗고는 했는데 안정제를 써서 마스크를 (강제로) 씌울 수 있었지만 호흡 억제가 올 수 있어 쉽게 안정제를 쓰지 못한 상황이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기존에 폐 질환을 가진 사람 역시 치사율이 높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의료계는 내다봤다. 중앙임상위원회에 따르면 청도대남병원 관련 사망자 중 상당수가 폐 질환을 갖고 있었다. 이미 폐 질환이 진행된 환자, 기관지염으로 폐가 안 좋은 환자, 폐가 심각하게 망가진 환자 등이다. 임상위는 평소 고혈압·당뇨병을 앓아도 꾸준히 약을 복용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코로나19에 취약한 면역력을 가졌다고 보기 힘들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의료계에서는 코로나19에 취약한 사람을 대상으로 의료자원을 집중해 치료하는 식으로 방역책을 전환할 것을 촉구했다. 코로나19의 발원지인 중국의 경우 경·중증 환자의 치사율은 ‘0’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 점을 고려해 기저질환이 없고 증세가 가벼운 환자의 경우 집에서 치료하고 폐렴이 있거나 중증인 환자부터 의료기관에서 치료받는 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 자가 치료하는 경증 환자 대상으로 증상이 악화됐을 때 의료기관에 신고할 수 있는 보호자가 있는 경우, 자택에 머무를 때 다른 가족에게 전파될 확률이 적은 경우 등에 제한돼야 한다.
오명돈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은 “대구·경북 지역과 같이 지역사회 확산 규모에 따라 의료자원이 부족한 경우 등에서는 중증도에 따른 의료자원의 효율적 이용 전략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사망자 발생 건수를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송=우영탁기자 김지영·박홍용기자 ta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