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바탕의 해프닝으로 넘기고 말기엔 아찔했던 상황이 문재인 대통령 주변에서 발생했다. 지난 25일 문 대통령이 대구시청에서 주재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 회의에 확진자와 접촉한 이승호 대구시 경제부시장이 배석해 청와대가 발칵 뒤집힌 것. 이 부시장이 26일 오전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으며 상황이 마무리되긴 했으나 자칫 대통령과 주요 장관, 청와대 참모들까지 감염 위협에 노출될 뻔했다.
청와대와 대구시에 따르면 문 대통령 회의에 배석했던 이 부시장의 비서가 전날 오후 늦게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확진자의 ‘밀접 접촉자’가 대통령 회의에 참석한 셈이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청와대는 당시 회의에 배석한 청와대 직원 및 취재진에 ‘1주일간 자가 격리’를 권고하는 등 비상조치에 착수했다. 회의를 주재한 문 대통령 역시 고강도 조치 차원에서 자율 격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됐다. 그러나 대구시가 이날 이 부시장이 검사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고, 청와대는 자가 격리를 권고한 청와대 관계자 및 취재진에게도 복귀 통보를 내렸다.
코로나19 확산이 이처럼 예기치 못한 상황들을 만들어내는 가운데 문 대통령은 방역의 최전선에 서 있는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보냈다고 이날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전했다. 문 대통령은 정 본부장을 향해 “좀 허탈하지 않을까. 보통 이런 상황이면 맥이 빠지는데, 체력은 어떤지…어쨌든 계속 힘냈으면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국내에서 비교적 잘 관리되던 코로나19 확산세가 ‘대구 신천지 쇼크’로 인해 통제 불능의 상황으로 치닫는 것에 대한 문 대통령의 아쉬움과 정 본부장을 향한 안쓰러움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