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차에 탄 채 코로나19 검체채취 ‘안심 카 선별진료소’ 대폭 늘려야

실내보다 3~6배 더 검사 가능

대구 등 대규모 환자 발생지역

보건소 주차장 등에 설치하면

대기자 간 전염도 막을 수 있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1,000명을 훌쩍 넘어섰다. 현 단계에서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것은 코로나19 의심환자에 대한 신속한 진단검사와 진료에 필요한 의료인력·시설 확보, 사망자 최소화다.

신속한 검사를 위해서는 세종시, 경기 고양시가 26일 보건소나 공용주차장에 설치해 운영에 들어간 ‘안심 카(car) 선별진료소’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몰고 온 자동차에 탄 채 검사받을 수 있는 ‘드라이브 스루(drive-thru)’ 방식으로, 검사자는 늘리면서 검사 대기자 간 전염을 막을 수 있다.


지금은 발열 또는 기침·인후통 등 호흡기 증상이 있는 의심환자의 상기도(비인두) 검체와 가래(객담)를 보건소나 대형병원의 천막·컨테이너 선별진료소 안에서 채취한다. 의료진은 자신과 검사 대상자의 감염을 막기 위해 보호장구로 중무장하고 사람이 바뀔 때마다 보호장구 교체, 실내 소독을 한다. 그래서 한 시간에 1~2명만 검사할 수 있다. 반면 드라이브 스루 방식의 야외 선별진료소는 시간당 6명 안팎의 검체를 채취할 수 있다. 방역당국은 검체 채취 인력의 방호복도 20분가량 입으면 땀이 줄줄 흐르고 갈아입는 시간도 긴 우주복 모양의 레벨D 전신 방호복 대신 ‘가운형’을 권장하기로 했다. N95 마스크와 고글·장갑 등은 동일하다.

세종시 조치원읍 보건소 의료진이 차를 몰고 온 시민이 차에 탄 채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는 ‘드라이브 스루’ 방식의 야외 선별진료소에서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연합뉴스세종시 조치원읍 보건소 의료진이 차를 몰고 온 시민이 차에 탄 채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는 ‘드라이브 스루’ 방식의 야외 선별진료소에서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메르스 때 효과 본 ‘안심병원’ 지정도 한발 늦어=앞서 기모란 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비상대책위원장(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은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할 사람이 굉장히 많은데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드라이브 스루 형태의 대규모 스크리닝센터 설치를 제안한 바 있다. 기 교수는 “(스크리닝센터에서 검체를 채취한 뒤) 집에 가서 결과를 기다리면 병원에서 따로 격리할 필요도 없고 (검사일과 시간 예약제를 시행하면) 많은 사람이 선별진료소 문 앞에서 기다릴 필요도 없다”면서 “환자와 의심환자가 급증한 대구는 그렇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확진자와 의심환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대구 지역부터 넓은 장소에 야전병원 같은 천막·컨테이너 선별진료소를 늘려 속도를 높여야 한다. 정부와 대구시 등이 이동검체채취팀과 이동진료소를 운영하기로 했는데 참고할 만하다. 중국은 대규모 병원도 뚝딱 짓는 과감성을 보여줬다.

대구 지역의 검사 대상자는 신천지 대구교회 전수검사 대상자인 9,000명에다 감기 증상을 보이는 대구시민 2만8,000명을 합쳐 모두 3만7,000여명에 이른다. 과천 신천지교회, 부산 온천교회, 서울 명성교회 등 다른 종교시설과 요양병원에서도 다수의 확진자와 밀접접촉자가 확인돼 검사 대상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현재 매일 7,000건 정도의 진단검사가 시행되고 있는데 집단감염이 늘고 있는 만큼 보다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정부는 일반 환자들이 안심하고 병원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발열, 기침·인후통 등 호흡기 증상 환자의 외래진료구역을 일반 환자와 분리해 운영하는 ‘국민안심병원’을 25일 처음으로 지정했다. 워낙 다급하다 보니 신청을 하면 선(先) 지정, 후(後) 점검할 정도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도 일반 환자 등을 안심시키는 효과를 봤고 선별진료소의 과부하, 확진자 진료에 따른 병원 폐쇄 위험을 낮출 수 있는데, 좀 더 빨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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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온천교회 신도들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자 많은 시민들이 진단검사를 받기 위해 한 보건소 선별진료소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 ‘드라이브 스루’ 방식에 비해 대기자 간 감염 위험이 높고 실내 검체 채취 공간의 소독에도 많은 시간이 걸린다. /연합뉴스부산 온천교회 신도들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자 많은 시민들이 진단검사를 받기 위해 한 보건소 선별진료소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 ‘드라이브 스루’ 방식에 비해 대기자 간 감염 위험이 높고 실내 검체 채취 공간의 소독에도 많은 시간이 걸린다. /연합뉴스


◇의대 정원 늘리고 ‘공공 의대’ 설립도 추진해야=신속한 진단검사와 진료에 필요한 의료인력·시설과 관련해서는 정부와 지자체가 다음달 1일까지 병상 1,600개를 확보하기로 했다. 의료인력의 경우 검체채취·역학조사 등에 투입된 공중보건의와 간호사가 85명, 신천지 대구교회 교인 검체채취를 위해 파견된 공중보건의가 90명에 이른다. 정부는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대구의료원과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도 101명의 의료인력을 보탠다. 대구 5개 상급종합병원 의료진 120명도 현장에서 환자를 돌보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봉사 의료인 모집에 26일 오전9시 현재 의사·간호사·임상병리사 등 205명이 지원했다. 경북의사협회도 회원 250명을 의료원·선별진료소에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차제에 감염병 위기상황에서 보건소·공공의료원 등과 민간 병의원의 역할분담도 시스템화할 필요가 있다. 대한의사협회와 감염 관련 학회는 이달 초부터 “보건소를 코로나19 전담 선별진료소로, 지방 의료원 등 일부 국공립 의료기관을 코로나19 전담 진료기관으로 지정하라” “놓친 환자를 찾아내기 위해 폐렴으로 입원한 환자에 대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정부에 권고했다.

의대 정원을 늘리고 보건복지부가 계획한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의사 수는 2017년 기준 인구 1,000명당 2.3명(한의사 포함)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적다. OECD 평균은 3.4명이다.

경북 청도대남병원 정신병동에 입원한 환자들의 사망률 최소화도 중요하다. 대남병원에서 발생한 확진자 113명 중 101명이 정신병동 입원환자인데 20여명만 국립중앙의료원 등 다른 병원으로 옮겨졌다. 사망자도 7명에 이른다.

열악한 대남병원 5층 정신병동에서 내과적 진료가 가능한 다른 층으로 옮겨 치료할 환자, 국립정신병원이나 격리치료 음압병상으로 이송할 환자를 신속하게 분류하고 의료진을 보강해 최선의 진료를 받을 수 있게 조치해야 한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한 집단(대남병원 정신병동 입원환자)에게 우선적으로 의료자원을 투입해 소중한 생명을 보호해야 한다”며 “최대한 빨리 환자를 적절한 치료기관으로 이송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회는 “청도대남병원 정신병동이 과연 코로나19 확진자에게 최선의 치료를 제공하기에 적합한 공간인가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가지고 있다”며 국립정신병원 내과 전문의 등 의료진 파견과 의료장비 확보도 주문했다.
/jaelim@sedaily.com

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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