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국면이 지속되면서 글로벌 주식시장이 하락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6개월 만에 1,900대로 돌아왔다. 연초에 실적 반등을 기대하고 주식시장에 뛰어들었던 투자자들 입장에서도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증권가에서도 당분간은 코로나19 이슈가 장세를 잠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를 계기로 가속화할 저금리 국면에서 대안책을 찾는 것도 유효하다는 해석이다. 이에 금 등 귀금속에 주목하되 경기방어주, 글로벌 리츠(REITs), 성장주 등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짤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오고 있다.
가장 주목받고 있는 자산은 금이다. 미국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의 트로이 온스당 가격은 지난달 28일 1,569.8달러에서 지난 27일 1,647.3달러까지 치솟았다. 1개월 사이에 4.93% 올랐다. 국내 금 현물가격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금시장에서 거래되는 금 현물 1㎏당 가격은 같은 기간 5만9,700원에서 6만4,000원까지 상승했다.
금 가격은 당분간 강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단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중국 신규 확진자 수를 넘어서면서 코로나 충격이 글로벌 시장에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코로나19가 장기화할 경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등이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보일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형성되면서 금값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는 더 커지고 있다. 금은 실물 귀금속이라는 점에서 금리가 낮아질수록 가격이 오르는 경향이 있다. 골드만삭스에선 “12개월 내 금 가격이 트로이온스당 1,800달러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은 가격 상승에도 베팅해볼 만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하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은 교환비율은 2010년부터 2019년까지의 과거 10년간 평균 67.6배, 2017년부터 2019년까지의 과거 3년간은 평균 80.3배였다”며 “현재 금·은 교환비율이 91.7배임을 고려할 때 은 가격의 추가적인 상승세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금 가격의 강세가 지속된다는 점에서 은 역시 후행적인 상승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기대감도 더하고 있다.
글로벌 리츠에 관해 관심을 가지는 것도 유효하다는 분석이다. NH투자증권은 “경기 둔화 우려에도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기록할 수 있는 미국 특수형(셀타워·데이터센터)과 헬스케어 리츠 및 프랑스 파리 지역의 오피스 리츠가 견조한 성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도 해외 리츠 관련 상장지수펀드(ETF)가 상장을 앞두고 있어 국내 투자자들의 선택폭이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자산운용 등에서 미국·일본 리츠 ETF를 이르면 다음 달 말에 상장할 예정이며 한국투자신탁운용도 하반기에 해외 ETF를 내놓을 방침이다.
주식시장에선 통신·운송·건강관리(헬스케어) 등의 경기방어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SK증권에 따르면 지난 21일부터 27일까지 국내 업종별 수익률은 운송, 조선, 건강관리, 통신 순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서 조선·건강관리·통신은 2%대의 하락률을 보였지만 운송주는 유일하게 2%에 근접한 상승률을 보였다.
다만 전통적인 경기방어주로 불리는 유틸리티·에너지 관련 종목은 국내에서 오히려 부진한 모습이다. 코스피 전기가스 지수는 21일에서 27일 사이 총 10.29%나 하락했다. 대표주인 한국전력은 1주일 사이에 10% 넘게 하락했다. 유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전력의 경우 서부텍사스산원유가 배럴당 50달러를 하회하는 등 눈에 띄는 긍정적인 비용 변수 흐름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밸류에이션 회복이 어려운 이유는 비우호적인 규제환경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가치주보다 성장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성장주의 경우 시중에 유동성이 많이 풀릴수록 돈이 더 쏠리는 경향이 있다. 이에 미 연준의 금리인하 등이 본격화할 경우 성장주의 상대적인 수익률이 더 높아질 것이란 예상이다. 무엇보다 재무 여건이 튼튼한 기업을 중심으로 옥석 가리기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권희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글로벌 경기 둔화가 적어도 4~5월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이 기간을 버텨내는 기초체력이 필요하다”며 “단기적인 현금흐름 악화에도 크게 영향을 받는 기업이나 이런 기업이 많은 국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 대응 여력은 크지 않은 국가는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