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세라티의 첫 디젤엔진이 탑재된 ‘기블리 그란루쏘’를 타고 강릉 해안도로를 달렸다.
마세라티 브랜드의 엔트리급 모델임에도 특유의 우아하고 고급스러움과 비교적 차분한 느낌을 동시에 전달해 줬다.
외관에선 남성적인 느낌이 물씬 풍겼다. 상어의 코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으로 강한 인상을 선사하는 라디에이터 그릴의 정 중앙에는 ‘삼지창’ 마크가 떡 하니 버티고 있다. 직선의 헤드램프, 근육질을 강조하는 듯한 후면부까지 매력적이다. 차량 크기로만 따지면 BMW 5시리즈나 메르세데스 벤츠의 E클래스와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 모델들보다 더 크다. 휠베이스도 약 30mm가량 긴 덕분에 실내 공간을 더 확보했다.
차에 오르자 에르메네질도 제냐 실크 에디션으로 적용된 시트의 안락함이 몸을 감쌌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답게 장인이 한땀 한땀 수놓은 스티치와 곳곳에 새겨져 있는 마세라티 엠블럼 덕분에 화려하면서도 절제된 이탈리안 감성이 전해졌다. 여기에 고급 우드로 마감된 전동식 스티어링휠, 전자식 글로브 박스 잠금장치, 부드럽게 닫히는 소프트 도어 클로즈 기능까지 우아함을 더했다. 특히 애플의 카플레이로 바로 연결되는 인포테인먼트는 스마트폰과 작동이 거의 흡사해 편리했다.
시동을 걸자 마세라티만의 특유 엔진음이 몹시 귓가를 스쳤다. 마세라티의 배기음은 언제 들어도 가슴을 설레게 한다. 엑셀을 밟고 속도를 낼수록 강렬해지는 엔진음은 세계적 테너인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단단한 음색을 떠올리게 했다. 실제 마세라티 마니아였던 파바로티는 마세라티를 방문해 직접 엔진음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봤다고 한다. 기블리에 탑재된 3,000cc V6 엔진은 전설적인 페라리 F1엔진 디자이너였던 파울로 마티넬리 지휘 하에 독점적으로 개발됐다. 최고 출력은 275마력에 토크는 61.2kg·m다. 연비는 10km/ℓ로 차체 무게와 성능 등을 고려할 때 상당히 준수한 편이다.
주행모드를 스포츠모드로 바꿨다. 엔진소리는 마치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연상케했다. 특히 기블리는 고속에서 안정감이 빛을 발했다. 시속 150km를 넘는 고속 구간에서도 흔들림 없이 안정적이었다. 효율주행 모드인 ‘I.C.E’를 활성화하자 특유의 배기음이 억제되고, 보다 부드러운 승차감을 느낄 수 있었다. 과속 방지턱을 넘을 때도 서스펜션이 충격을 흡수해 불편함이 없었다. 기블리는 스포츠 세단답게 럭셔리카 업계 최초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레벨 2를 탑재해 주행 안정성도 대폭 향상했다. 덕분에 기블리로 운행하는 내내 마음 놓고 달릴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