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헌 감독의 ‘기도하는 남자’는 지독한 경제난으로 인해 신념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개척교회 목사 ‘태욱’(박혁권)과 그의 아내 ‘정인’(류현경)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강 감독은 ‘태욱’이 다면적인 인물이라는 점에 주목하며 평소 다양한 캐릭터들을 연기해온 박혁권을 시나리오 작업시기부터 염두에 뒀다. 그리고 영화의 촬영이 끝난 후, 이 캐스팅에 대해 “큰 축복이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주인공 박혁권은 “‘기도하는 남자’는 감정라인이 명확한 영화”라는 점을 장점으로 언급하며, “그런 명확한 지점들을 배우로서 잘 표현해내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믿음과 보편적 딜레마 사이에서 고민하는 인간의 내면을 따라가는 영화다. 박혁권은 “목사 태욱은 믿음이 약한 인물이다”고 소개했다. 쉽게 흔들리는 믿음을 지녔기에 위험한 유혹을 단호하게 뿌리치지 못한다. ‘배우’라는 직업을 갖게 되면서 ‘의심’이 많아졌다는 박혁권은 “믿음있는 사람이 왜 그런 선택을 하게 되는지, 작업을 위해 분석하고, 찾아내고 그랬다”고 노력과정을 밝혔다.
“제가 의심이 많다고 할까. 의심이 많아진 건 배우하면서 더 그렇게 된 것 같다. 배우라는 직업이 사람을 공부하는 일이지 않나. 그렇지 않으면 그 인물의 행동, 심리등이 분석되지 않는다. 던져주는 것만으로 하면 왜라는 질문을 못 찾을 때가 많다.“
실제로 박혁권은 ‘기도’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기도를 어떤 채널, 어떤 주파수로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교회, 성당, 절 등 다양한 종교를 경험해본 그는 현재 무신론자이다. 그래서일까. 누군가 달을 보고 소원을 빌라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단다. 그는 “신의 존재를 잘 모르고, 기도를 드릴 대상이 있어야 하는데, 없기에 기도를 하라고 하면 난감할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박혁권은 냉철하다. 그렇기에 갑작스런 사고가 일어나도 당황하기 보단 현재 상황을 객관적으로 살펴본단다. 그렇기에 ‘이게 나의 운명인가’ ‘이게 거부할 수 없는 신의 뜻인가’란 말은 그의 언어사전엔 존재하지 않았다.
“엄청난 일이 내 앞에 벌어졌다? 먼저 지금 이 상황을 냉철하게 체크해야 겠죠. 이 상황이 어떤 것이고, 여기서 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따져본 다음, 제가 할 수 있는 범위를 떠난 것은 ‘제 영역이 아니다’고 생각 할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을 최선을 다해 할 것이다.”
작품 속 화장실에서 기도를 하는 장면은 마치 방언을 하는 것처럼 인상 깊은 장면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면 같은 것은 잘 걸리지 않을 사람인 박혁권은 “개인적인 저와 너무 달라 자신이 없었는데, 걱정을 했던 것보다 잘 나와서 감독님께 감사하다.”고 밝혔다.
영화 속에선 돈 5천만원에 흔들리는 부부를 만날 수 있다. 금전적인 문제로 인해 벌어진 일에 대해 누구도 쉽게 그 사람의 행동을 재단하긴 쉽지 않다. 박혁권은 “돈은 어지간하면 모자라는 구나라는 생각을 최근 몇 년에 걸쳐서 하게 됐다.”고 운을 뗐다.
그는 과거 연극 배우 시절에 비해 수입이 많아졌음에도 “돈은 더 있었으면 좋겠다. 이걸로는 내 욕심을 채울 수가 없구나를 알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극중 같은 경우는 기본적인 생활이 안 될 수준이니까, 그것만 넘어서면 자신의 벌이에 스스로 만족하는 게 가장 행복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소견을 전했다.
박혁권 역시 과거 극단 생활 시절 친구들로부터 생활비를 빌려 쓴 경험이 있다. 친구 결혼식장에 축의금을 내지 못할 정도였다. 누군가는 축의금도 못낼 처지를 비관하며 결혼식에 가는 걸 취소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박혁권은 꼭 축하해줄 친구이기에 결혼식장을 갔다고 했다. 경제적인 생활에서도 나 힘든 것 따로, 사람으로서 해야 할 것을 따로 찾아낸다고 했다. 그는 “힘들어만 하면 안 되니까 나는 무엇을 해야 될까를 생각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성격이 ‘척’하질 못해서 친구에게 너 결혼식에 가는데 축의금은 못 낼 것 같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고 했다. 돌아오는 길, (제가 힘들다는 걸 안)신랑인 친구가 돈을 준 일화도 들을 수 있었다.
앞서 박혁원은 전혀 상반되는 장르인 손재곤 감독의 ‘해치지 않아’에 출연해 임팩트 있는 연기를 선보였다. 여기서 박혁권은 대한민국 최고의 로펌을 이끄는 ‘황대표’ 역할을 맡았다. 본인의 이익만이 최우선인 안하무인 캐릭터지만 이를 박혁권이 연기하면서 도저히 미워할 수만은 없는 러블리한 캐릭터가 탄생했다.
손재곤 감독은 “뻔한 상황에서도 뻔하지 않게 연기하는 박혁권 덕분에 ‘황대표’ 캐릭터가 더욱 새롭고 재미있어졌다”고 극찬했다. 이에 그는 “극 전체 기조에 반하는 반대의 인물을 연기하면서 희열을 느꼈다”고 전했다.
“상황 자체가 일상적이지 않고 비틀어져있는 작품이죠. 그 안에서 제가 같이 웃기려고 했다면 안 웃겼을텐데, 본인은 바르게 서 있으려고 하면서 묘하게 웃겨졌다고 본다. 어떤 식으로든 공감을 얻어냈다면, 배우의 쾌감이 크죠. 웃어주시는 것도 뿌듯하고. 분명한 건 그 인물이 원하는 걸 하고 있어야 더 재미있어진다는 거죠.”
박혁권은 1993년 극단 산울림 단원으로 연기 활동을 시작해 오랜 기간 연극, 영화, 드라마 분야를 가리지 않고 활동하며 서서히 명성을 쌓기 시작, 드라마 ‘펀치’와 ‘육룡이 나르샤’에 출연하며 대체불가능한 배우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이후에도 드라마 ‘초인가족’,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녹두꽃’, 영화 <터널> <특별시민> <택시운전사> <장산범> 등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드는 다양한 활약상으로 주목받아온 그가 2020년 두 편의 영화로 활동을 시작한다.
박혁권은 ‘연기’에 대해 더 공부하고자 했다. 원래 올 1월부터 4월까지 밴쿠버 필름 스쿨의 단기 과정이 있어서 영어도 공부할 겸 가려고 했는데 못가게 됐다. 서양친구들이 연기에 어떻게 접근하는지 보고 싶었던 그의 계획은 연말까지 좀 더 미뤄질 전망이다.
“연기 지망생들과 코스라 재미있을 것 같아 지원하게 됐다. 그런데 올 연말에나 입학허가서를 받을 수 있어 그때나 갈 수 있게 됐다. 서류 요구하는 게 많아 좀 더 늦어지게 됐다. 그 기간 동안 스케줄을 잡지 않아 본의 아니게 휴가가 생겼다. (연기)가게를 다시 열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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