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4·15총선에서 비례대표용 ‘연합 정당’에 합류하는 방안을 공식 검토하기 시작했다. 선거제 개편으로 비례의석을 손해 봤지만 지역구에서 일정 부분 만회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던 당 지도부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하자 유일한 대안인 연합정당 합류를 공론화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논의 자체가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거론을 피하던 여권이 원내 1당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에 결국 선거연합정당 참여 형식의 대응책을 마련하는 수순에 돌입한 셈이다.
강훈식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래통합당과 같은 방식으로 (자체 창당을) 하는 것은 내부에 부작용이 많기 때문에 부정적”이라면서도 “다만, 외부에서 온 제안에 대해서는 면밀하게 검토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그는 “머지않은 시점에 윤곽이 나와야 한다. 의원총회를 하고 최고위원회에서도 논의할 것”이라며 “작은 정당들이 (연대를) 해보자고 한다면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 취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성환 당 대표 비서실장은 “(비례대표 후보를) 우리 당 이름으로 낼지 연합정당의 이름으로 낼지는 정해지지 않았다”며 사실상 연합정당에 합류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고 세부 사안을 논의하는 단계임을 시사했다. 민주당은 주권자전국회의 등 시민단체가 ‘미래한국당 저지와 정치개혁 완수를 위한 정치개혁연합(가칭) 창당’ 제안서를 보내온 뒤 이를 토대로 비례대표 후보 파견 등 구체적인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연합정당 합류를 넘어 아예 민주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고 연합정당에 참여하지 않는 방식으로 민주·진보진영에 연동형 비례대표를 몰아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재성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은 단 한 명의 비례대표 후보도 내지 말아야 한다”며 비례공천관리위 해체와 비례 무공천을 주장했다. 총선 후 연대를 도모할 수 있는 정의당 등 진보진영 군소 야당에 사실상 비례대표 의석을 몰아주자는 것이다.
자체 창당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가론’이 확고하다.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당 지도부는 비례정당은 아예 안 만든다는 입장이 명확하다”고 밝혔다. 연합정당 합류와 관련해서는 “공론의 뜻에 맡겨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한편 정의당은 이날 정치개혁연합으로부터의 연합정당 창당 제안을 공식 거절했다고 밝혔다. 강민진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꼼수에 꼼수로 맞서는 대응 방식은 저들의 파렴치한 행태에 면죄부만 주게 될 것”이라며 “정의당은 이런 제안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