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영(사진) 디셈버앤컴퍼니 대표가 지난 2013년 창업을 하고 지난해까지 기술개발에만 매달릴 수 있었던 것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우직한 투자 덕분이었다. 김 대표는 디셈버앤컴퍼니가 특별한 매출 없이 긴 시간 동안 수십명의 고급인력들을 채용해 투자엔진(아이작)과 플랫폼(프리퍼스)을 만들 때까지 필요한 자금줄 역할을 해줬다. 그가 투자한 금액은 초기 수십억원의 종잣돈을 비롯해 신주인수권부 사채 인수 등 지금까지 약 300억원에 달한다. 정 대표를 포함한 임직원들은 스톡옵션을 보유하고 있다. 대주주가 지속적으로 투자를 한 것은 기술적인 우월함을 높이 샀기 때문이라는 게 정 대표의 설명이다. 디셈버앤컴퍼니는 때때로 일반 자산운용사나 증권사와 손잡고 간간이 펀드나 랩 상품을 만들기도 했지만 ‘핀트’ 개발을 위해 지난 8년을 달려왔다. 정 대표는 “이제 기술적인 완성도와 투자자들의 긍정적인 초기반응도 확인한 만큼 외부 투자도 받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물론 순탄한 길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기술적인 어려움은 둘째 치고 조직운영과 규제의 난관들도 만만치 않았다. 정 대표는 회사의 정체성을 유지해오는 게 가장 힘들었던 부분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그동안 월가의 사모펀드 운용사처럼 고빈도매매로 소수를 위한 헤지펀드를 내놓자고 주장하는 직원들도 있었습니다. 당장 크게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눈앞에 왜 버려두냐는 것이었죠. 눈앞에 오가는 돈에 직원들이 흔들리면서 ‘아, 이렇게 조직이 깨질 수 있구나’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만인을 위한 투자수단이라는 회사의 지향점에 동의하지 못하는 직원들은 결국 회사를 떠났습니다.”
물론 고액자산가들을 위한 서비스를 외면한 것은 아니다. 2018년부터 사모펀드를 출시해 자산가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정 대표는 “앞으로 운용업은 2개의 AI, 즉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과 대체투자(Alternative Investment)만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며 “주식·채권 등의 전통적인 자산투자는 인간 펀드매니저가 로보어드바이저를 이기기 어렵지만 부동산·인프라·저작권 등의 대체투자는 인공지능으로 대체할 수 없다는 점에서 별도의 사모펀드 운용조직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궁극적으로 고액자산가들을 위해서도 자동화된 투자를 제공하는 ‘1인 1사모펀드’를 언젠가는 내놓겠다는 게 정 대표의 야심이다. 정 대표는 “인간 매니저가 운용할 수 있는 사모펀드의 개수는 제한적이지만 아이작과 프리퍼스를 활용하면 고객 맞춤형으로 1억원짜리 사모펀드 100개도 운용할 수 있다”며 “지금은 규제 때문에 힘들지만 언젠가는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디셈버(December)앤컴퍼니라는 사명은 가족과 같은 회사를 지향하기 위해 붙인 이름이다. “‘추석컴퍼니’ ‘크리스마스컴퍼니’는 좀 어색해서 일 년간 열심히 일하고 연말 명절이나 휴가에 훈훈하게 모이자는 취지에서 회사 이름을 이렇게 지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