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돈풀기 합창'에 시장 환호..."이번엔 실물위기라 다르다" 반론도

[글로벌 제2 양적완화 잰걸음]

"모든 적절한 정책수단 활용"

주요국 재정·통화공조 가시화

伊 등 정부지출 늘릴 형편 아냐

美도 금리 추가인하 여력 적어

소비타격 계속되면 '무용지물'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MEX)에서 트레이더들이 전광판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난주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폭락했던 뉴욕증시는 이날 글로벌 경기부양에 대한 기대감으로 급등했다.   /뉴욕=신화연합뉴스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MEX)에서 트레이더들이 전광판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난주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폭락했던 뉴욕증시는 이날 글로벌 경기부양에 대한 기대감으로 급등했다. /뉴욕=신화연합뉴스



세계 각국이 재정과 통화 부문에서 잇따라 긴급수혈 조치에 나서는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파괴력이 사스와 메르스는 물론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클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가뜩이나 미중 무역전쟁으로 세계 경제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가 글로벌 공급망은 물론 수요 부문에 추가적인 충격을 가하면 회복하기 힘든 장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가 4~5%대 급등한 것은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에서 코로나19의 경제적 파장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 조만간 경기부양책이 동시에 쏟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영향을 미쳤다. 랜디 프레드릭 슈와프금융연구센터 부대표는 “재정과 통화 양쪽에서 완화책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3일 미국이 주도하는 주요7개국(G7)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화상회의에서는 각국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리스크를 막기 위해 모든 적절한 정책수단을 활용할 것을 재확인한다는 내용의 성명이 발표됐다.



향후 구체적인 대책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주요국 재무장관이 참석한 만큼 금리 인하와 양적완화(QE) 외에도 각국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탈리아 정부는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36억유로(약 4조7,800억원) 규모의 재정을 투입하기로 했고 유럽연합(EU) 행정부인 집행위원회도 27개 회원국들에 재정지출 확대를 주문했다. 미국 의회 또한 당초 12억5,000만달러(약 1조4,900억원)였던 코로나 대응 예산을 75억달러로 증액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감세를 코로나19와 연계하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전 세계 통화당국도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경우 0.5~0.75%포인트의 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도 양적완화와 금리 인하를 조기에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ECB는 1차로 공공채권매입프로그램(PSPP) 확대 가능성이 거론된다. PSPP 잔액은 2조2,000억유로에 달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ECB가 장기대출프로그램(TLTRO)을 확대할 수 있다고 봤다. TLTRO는 ECB가 시중은행의 대출확대를 위해 만기 4년까지 금리 0%를 적용하는 제도다. 금리 인하도 가능하다. ECB의 경우 -0.5%인 예금금리를 1차로 -0.6%로 낮출 수 있으며 추가로 -1.0%까지 내릴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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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각국 중앙은행이 공동으로 기습적인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빌 넬슨 미 은행정책연구소(BPI) 수석이코노미스트는 “4일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이라며 “미 동부시각 기준으로 증시 개장 직전인 오전7~8시”라고 내다봤다. 호주중앙은행(RBA)의 경우 3일 기준금리를 종전 0.75%에서 0.50%로 전격 인하했다. 역대 최저 수준으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둔화에 대비한 움직임이라고 외신들은 해석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도 한계가 뚜렷하다는 반론이 있다. 이탈리아만 해도 2018년 말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비율이 134.8%에 이른다. EU 회원국 가운데 재정위기를 겪은 그리스(181.2%)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정부 지출을 무제한 늘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뜻이다.

통화정책 역시 마찬가지다. 연준만 해도 현 기준금리가 연 1.50~1.75%로, 추가 인하 여력이 적다. 연준은 공격적인 양적완화와 향후 정책방향을 시사하는 포워드 가이던스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이마저도 효과가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브랜다이스대 스티븐 세체티 교수의 발표에 따르면 2007년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의 통화정책 84건을 분석한 결과 포워드 가이던스 도입 계획 이후 실제 금융완화로 이어진 사례는 약 28.5%(24건)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글로벌 공급망 붕괴(공급 쇼크)로 시작해 수요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미국만 해도 구글이 다음달 4~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할 예정이던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 2020’ 행사를 취소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역시 각종 행사 참석을 취소했고 아마존은 미국 내 출장을 금지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008년 금융위기의 아픈 기억을 갖고 있는 미국인들에게 코로나바이러스의 공포는 쇼핑을 억제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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