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성 특례1호’. 지난해 화려하게 기업공개(IPO) 시장에 데뷔한 셀리버리 뒤에는 DB금융투자가 있었다. 초기 자금 투자부터 프리IPO는 물론 성장성 특례 방식으로 상장을 마무리했다. 주관사가 주가 하락을 일정 부분 책임지는 ‘풋백옵션’ 부담도 있었지만 회사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단순히 IPO 시점에 주관사로 인연을 맺은 것이 아니라 함께 성장해온 파트너로서 회사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4일 서울경제와 만난 김대용 DB금융투자 FAS2 팀장은 “부서의 명칭처럼 IPO 등 하나의 프로젝트만 수행하기보다 기업자금조달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공모 규모가 커 세간의 관심이 쏠리는 딜도 중요하지만 규모가 작은 벤처·중소기업의 금융 파트너가 되기를 바란다는 설명이다. DB금융투자의 IPO 담당 본부의 이름은 FAS(Financial Advisory Service)다. 다른 증권사들이 ECM본부·IPO본부 등의 명칭을 사용하는 것과 비교된다. IPO를 단순히 하나의 딜이 아닌 연속적인 기업자금조달 서비스의 일부로 보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김 팀장은 미래에셋대우에서 삼성물산·현대글로비스·현대로템 상장 작업을 경험한 17년차 IB 베테랑으로 약 3년 전 DB금융투자로 자리를 옮겼다. 이적 후 가장 성공적인 딜로 셀리버리를 꼽았다.
DB금융투자는 고유계정은 물론 벤처캐피털(VC)·자산운용사를 섭외해 70억원 규모의 초기 투자 유치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했다. 이후 기업에 대한 확신이 생기자 성장성 특례제도를 활용한 IPO를 검토했다. 이 방식은 회사의 성장성을 주관 증권사가 보증하는 대신 주가 하락 시 주관사가 풋백옵션으로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보전해야 한다. 증권사로서도 위험부담이 큰 방식이지만 김 팀장은 리스크를 감당할 만큼 회사의 성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회사 내 리스크 심의 위원회를 직접 설득해 IPO를 마무리했다. 결과는 해피엔딩. 공모가 2만5,000원으로 코스닥에 입성한 후 현재 주가가 7만원 중반까지 뛰었다. 셀리버리는 상장 이후에도 담보대출 등 DB금융투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이 외에도 다른 증권사들이 주관업무를 맡았지만 상장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던 라파스와 한국유니온제약 등 어려운 딜로 평가되던 회사들의 상장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이 같은 사례를 보고 여러 중소·벤처기업들이 먼저 주관사 업무를 제의하는 경우도 늘었다. 올해 목표도 이달 코스닥에 입성하는 레이크머티리얼즈를 시작으로 5~7개 기업을 상장시키는 것으로 늘려 잡았다. 각종 특례제도는 물론 스팩 등 모든 방안을 활용할 계획으로 이를 위해 2~3개의 스팩을 추가 상장시키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증권업계를 중심으로 ‘IPO 신흥강자’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김 팀장은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과 달리 경영기획을 총괄하는 조직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자금조달부터 상장전략 수립 등을 돕는 역할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중소·벤처기업들이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주관사를 선정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예컨대 기술평가 요건을 갖추지 못한 회사에 어느 항목에서 점수가 부족한지는 물론 논문·공급계약 체결 등 구체적인 해결 방안까지 제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