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바키타돌고래




‘파란 바다 저 끝 어딘가 사랑을 찾아서…’ 가수 바비 킴의 노래 ‘고래의 꿈’에 나오는 고래는 드넓은 바다를 헤치며 사랑을 꿈꾼다. 멕시코 캘리포니아만에 사는 바키타돌고래는 그런 바비 킴의 고래가 부러울 것 같다. 바키타돌고래에게 꿈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아마 천수를 누리는 것이라고 답할 것이다. 바키타돌고래의 수명은 20년가량 된다. 하지만 그때까지 사는 경우는 드물다. 중간에 인간이 쳐놓은 그물에 잡혀 죽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자신의 살코기를 내주는 것이라면 적선이라도 되니 덜 억울하겠다. 인간은 정작 다른 물고기를 잡기 위해 그물을 치는데 바키타돌고래가 같은 바다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희생되는 것이다. 인간이 노리는 물고기는 민어의 일종인 토토아바다. 토토아바의 부레는 중국인들 사이에서 피부미용에 좋고 관절염·산통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가격이 엄청나게 비싸다. 토토아바 부레는 중국 암시장에서 개당 1,000만원 이상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값이 코카인에 맞먹을 정도로 비싸다고 해 ‘바다의 코카인’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바키타돌고래는 인간에게 발견된 1960년대 이후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 현재 고작 20마리 미만이 남은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분류한 바키타돌고래의 멸종위기 등급은 ‘위급’이며 그 뒤에는 ‘야생 절멸’ ‘절멸’이 있을 뿐이다.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멕시코 정부는 2015년 바키타돌고래가 사는 바다 1,300㎢를 조업금지구역으로 설정했다. 하지만 토토아바 부레에 정신이 팔린 인간들은 밀어꾼으로 변신해 여전히 그물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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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연방환경보호청이 최근 이곳 해역을 감시하던 중 금지구역에서 불법으로 토토아바를 어획하던 어선의 공격을 받았다. 어선 20여척은 적발되자 감시선을 향해 화염병을 던지며 공격했고 감시선의 경고 사격을 받은 뒤에야 해산했다. 바키타돌고래가 머지않아 자취를 감추면 인간이 받아든 멸종 대기표 순번은 한 칸 앞으로 당겨질 것이다. 탐욕이 우리의 뒤통수를 치기 전에 바키타돌고래를 살리기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 /한기석 논설위원

한기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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