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경제에 암운이 드리운 가운데 각국 경제기구와 중앙은행이 본격적으로 ‘돈 풀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이 타격을 입으며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수준을 밑돌 것으로 예상되자 국제통화기금(IMF)은 60조원 규모의 지원책을 마련했으며 각국 중앙은행은 잇따른 기준금리 인하로 유동성 공급에 나섰다.
4일(현지시간)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500억달러(약 59조750억원) 규모의 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이 자금은 즉각 이용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IMF가 저소득 신흥국가를 위한 500억달러와 100억달러의 무이자 자금을 포함해 총 1조달러의 자금 조달 능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19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재정적 유동성이 필요하다며 “요청이 오는 대로 빠르게 행동한다고 장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IMF가 무이자 지원을 통해 돈 풀기에 속도를 내는 것은 그만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세계 경제위기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이날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WB) 총재와 미국 워싱턴DC의 IMF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글로벌 성장은 지난해 수준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IMF는 올해 세계경제성장률이 지난해 2.9%에서 3.3%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코로나19가 세계 경제에 심각한 위협을 가함에 따라 전망치를 다시 낮춘 것이다. IMF는 특히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1월 6.0%에서 0.4%포인트나 낮춘 5.6%로 하향 조정했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코로나19가 실물경제에 실질적인 타격을 가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연준이 4일 공개한 경기동향 보고서 ‘베이지북’에 따르면 “코로나바이러스가 여행·관광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신호”가 나온 것으로 분석됐다. 연준은 “제조업 활동이 대부분 지역에서 확장세를 이어갔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일부 공급망이 지연되고 있다”며 “몇몇 지역의 생산업자들은 향후 몇 주간 추가적인 혼선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도 같은 날 코로나19가 무역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중국의 생산둔화로 전 세계 수출의 감소 규모가 50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각국 중앙은행은 잇달아 기준금리를 인하하며 통화정책 조정에 들어갔다. 미 연준에 이어 캐나다중앙은행(BOC)도 4일 기준금리를 1.75%에서 1.25%로 0.5%포인트 낮췄다. 캐나다가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은 2015년 중순 이후로는 처음이며 인하폭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가장 크다. BOC는 성명을 통해 “코로나19가 캐나다 및 글로벌 경제전망에 실질적으로 부정적인 충격을 가하고 있다. 통화·재정 당국자들은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하며 러시아·호주·필리핀 등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