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인증서 폐지를 골자로 한 ‘전자서명법’ 개정안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하면서 8부 능선을 넘었다. 이에 따라 신기술 도입을 막는다는 비판을 받아온 공인인증서가 21년 만에 사라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회 과방위는 5일 전체회의를 열고 전자서명법 개정안과 소프트웨어(SW)진흥법 개정안 등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들은 모두 IT 업계의 숙원 법안이었지만 1년 이상 과방위에 계류돼있었다. ★본지 2월5일자 8면 참조
전자서명법은 공인인증서의 지위를 폐지해 다양한 인증기술과 서비스가 시장에서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을 담고 있다. 공인인증서는 지난 1999년 도입된 이후 공공 영역 등에서 독점적으로 사용돼왔다. 인증을 받는 절차가 복잡한데다 소요 시간도 길어 불편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하지만 여전히 공공기관에서 민원 서류를 온라인으로 발급 받거나 아파트 청약을 신청할 때 등 핵심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공인인증서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와는 별개로 실제 공인인증서 발급 건수는 지난 2015년 3,387만건에서 지난 2018년 4,013만건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에선 공인인증서 폐지 법안이 본회의까지 통과된다면 간편한 사설 인증서가 다양한 영역에서 서비스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이동통신 3사와 핀테크 보안 기업 아톤이 함께 서비스하고 있는 ‘PASS인증서’는 지난해 4월 108만건에서 지난 1월 1,020만건으로 9개월 만에 10배 급성장하기도 했다. 지난 2017년 6월 출시된 카카오페이 인증도 비밀번호 입력 만으로 전자 서명을 끝낼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다만 공인인증서 폐지 법안이 국회 문턱을 끝까지 넘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날 노웅래 과방위원장이 전자서명법 개정안 등을 직권상정하며 미래통합당의 반발이 이어졌다. 그동안 미래통합당은 여론 왜곡을 막기 위해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 순위를 폐지해야 한다며 실시간검색어조작방지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먼저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더불어민주당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해 법안 심의가 계속 뒤로 밀려왔다. 결국 노 위원장이 법안심사소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전체회의에서 곧바로 실검법을 제외한 IT 법안들을 상정하자 미래통합당은 보이콧을 선언하고 모두 회의장 밖으로 나갔다.
미래통합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은 “노 위원장이 독단적으로 불법으로 상임위를 개최해 엄중히 항의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노 위원장은 “독단적, 일방적, 불법적 날치기라고 얘기한 것에 대해 그런 부분이 있다면 전적으로 책임지겠다”며 “20대 국회가 마감하는 순간에 770여건의 법안을 방치하는 상황에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미래통합당은 노 위원장을 국회법 위반으로 고발하고 국회 윤리위원회에 징계를 요청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전자서명법과 함께 SW산업진흥법도 과방위를 통과했다. SW산업진흥법은 SW 인력을 양성하고 불합리한 공공 발주 체계를 개선하는 등 SW 산업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