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가 지난해 ‘진로이즈백’과 ‘테라’의 연타석 홈런에 힘입어 주류업계의 강자로서 입지를 단단하게 다지고 있다. ‘진로이즈백’과 ‘테라’의 쌍끌이 흥행으로 하이트진로는 7년 만에 처음으로 연 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 증권가에서는 ‘테슬라(테라+참이슬)’ ‘테진아(테라+진로이즈백)’의 인기몰이로 본격적인 실적 개선은 올해부터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2조35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도 매출액 1조8,856억원 대비 7.9% 성장한 수준이다. 하이트진로가 연 매출 2조원을 넘은 건 지난 2012년 이후 7년 만에 처음이다. 매출 상승에 힘입어 주가 도 지난해 74.6%가 올랐고 시가총액 역시 지난해 11월 3년 6개월 만에 다시 2조원을 넘어섰다. 영업이익의 경우 마케팅 강화 등으로 전년(904억원) 대비 2.43% 감소한 882억원을 기록했지만 매출 성장세가 이를 상쇄할 수준이라는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하이트진로의 실적 반등은 지난해 4월 출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끈 ‘진로이즈백’ 때문이다. 하이트진로는 소비자들에게 원조 소주 브랜드 ‘진로’를 떠올릴 수 있게 과거 푸른색 라벨을 기반으로 한 옛 디자인을 재해석해 ‘진로이즈백’을 내놨다. 이는 과거의 것을 새롭게 받아들이는 이른바 ‘뉴트로’의 바람과 맞물리며 20~30대 소비층에서 빠르게 자리를 잡아갔다. 30~40대도 과거를 추억하며 신선하게 받아들여 빠르게 입소문이 퍼져가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갔다. 이에 지난해 출시 후 약 70일 만에 1,000만병(360㎖병 기준)이 팔려나갔고 11월은 누적 판매규모가 1억병을 넘어섰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진로이즈백의 성과는 가정용 페트와 팩 제품 없이 오직 병 제품으로만 이룬 것”이라면서 “수요가 급증해 품귀 현상을 빚을 정도였고 지난 10월 생산 라인을 확대해 공급을 안정화했다”고 설명했다. 조상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진로이즈백의 성과는 참이슬의 카니발라이제이션(자기 시장 잠식효과)이 없다는 점과 취약했던 연령층 등을 공략했다는 점에 의의가 크다”면서 “(하이트진로는) 참이슬과 진로이즈백의 점유율이 동시에 상승해 소주 시장 내에서 1·2위 브랜드를 모두 보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국내 맥주 시장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테라의 히트도 실적 개선의 밑바탕이 됐다. 테라는 하이트진로가 제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소비자들의 수요를 충족할 수 있게 전략적으로 접근했다. 이에 세계 공기 질 부문 1위 지역에서 수매한 맥아만을 100% 사용하고 발효 공정에서 자연 발생하는 탄산만 담아 타 제품과 차별화했다. 유통방식에서도 유행의 진원지와 같은 여의도, 강남 일대, 홍대 등을 집중 공략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 결과 출시 한 달 만에 판매량은 1억병(330㎖ 기준)을 돌파하고 올해 1월 누적판매 5억병을 넘어섰다. 이런 성과 덕에 2018년 27% 수준이었던 하이트진로의 국내 맥주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33%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또 지난해까지 적자를 기록했던 맥주 사업은 올해부터 흑자로 돌아서는 것은 물론 ‘맥주 시장 점유율 1위 탈환도 멀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하이트진로의 본격적인 실적 개선은 올해부터라고 내다본다. 테라의 경우 지난해 시장 안착이 우선 목표였던 만큼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지만 올해는 수익성이 함께 개선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조 연구원은 “맥주 시장 점유율을 올해 40%까지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최근 6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맥주 사업 부문은 올해 흑자 전환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하이트진로가 소주의 세계화에도 초점을 두고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키움증권은 이런 상황에서 하이트진로의 올해 예상 매출액이 2조2,422억원으로 늘어나고 영업이익도 1,602억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삼성증권도 올해 매출 규모를 2조1,089억원으로 예상하고 영업이익도 1,59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인규(사진) 하이트진로 대표는 최근 미국에서 진행한 해외기업설명회(IR) 자리에서 “지난해 맥주는 테라, 소주는 진로이즈백을 내놓으면서 실적이 성장했다”며 “올해는 소주 사업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맥주 사업은 흑자전환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